미국의 생물학자 닐스 엘드리지는 '오카방고,흔들리는 생명'에서 인류는 지금 제6의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얘기했다. 인간의 생존엔 균류를 포함,하루 4만종의 생물이 필요한데 오염과 서식지 파괴로 매년 3만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세계보존감시센터(UNEP-WCMC)는 '세계 생물다양성 지도:21세기를 위한 지구 생명자원'에서 2032년까지 육지 72%에서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의 다양성이 중시되는 것은 모든 생물의 신품종 개발은 물론 개량종의 병충해 치료에 야생종이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야생종은 또한 인류의 질병 극복에 필요한 천연의 약전이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항암제인 텍솔은 주목껍질에서 추출됐다. 선진 각국은 따라서 오래 전부터 생물자원 수집과 보존에 힘써왔다. 미국은 일찍부터 세계의 주요 생물자원을 수집,1901년부터 76년까지 우리나라의 콩 5천4백여점을 가져갔다. 일본 역시 41년 조선총독부 곡물검사소를 통해 재래종 보리 5백여종을 채집했다. 92년 6월 체결된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생물자원의 지식재산권이 인정되면서 세계 각국은 고유종의 보호 및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의 경우 그러나 생물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자생종을 보호하기는커녕 남획과 해외 유출을 일삼은 결과 고유 동식물의 절대수가 줄어드는데다 토종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역수입되는 실정이라고 한다. 세계 화훼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미스김라일락'은 미 군정청의 식물채집가가 북한산에서 털개회나무 종자를 가져가 싹틔운 것이고,유럽의 크리스마스나무로 인기있는 구상나무도 우리 자생종이라는 것이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국내 서식 생물중 2천3백56종이 한국 고유종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이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주요 종은 국외반출 승인대상으로 지정ㆍ관리하겠다고 한다. 이제라도 고유종의 체계화 및 보호에 힘쓰기로 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고유종 인정에 필요한 기준표본 확보는 물론 남획과 외래종 이식 방지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모든 발전은 지속 가능한 것일 때 의미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