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지속된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단협 막판에 주5일제 도입 문제를 놓고 격돌,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재계와 노동계간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지난 23일 기본급 9만5천원 인상과 성과급 300% 지급 등 파격적인 임금인상안을 노조에 제시하면서 주5일제 관련 법개정과 함께 조건부로 주 5일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사측이 제시한 주5일제 도입안은 국회에서 법개정시 즉시 시행하되 생산성 5% 향상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법개정 이후 단협관련 조항을 별도 교섭을 통해 개정하기 전에는 기득권을 저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주5일제에 거부반응을 보여온 현대차 사측이 이의 조건부 시행을 제안하고 기득권을 저하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언뜻 보기에는 회사측이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여서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기득권 저하없는(조건 없는) 주5일제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의 안이 생산성 5% 향상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임으로써 오히려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법개정시 단협관련 조항을 별도 교섭으로 개정하기 전에 기득권을 저하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생산성 5% 향상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려면 근무강도가 그만큼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득권 저하없는 주5일제 도입 외에 사측의 제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차보다 열악한 사업장에서도 조건없는 주5일제 도입에 합의한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단호하다"며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조속한 협상타결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주5일제 도입문제는 법개정과 맞물려 생각해야 하는 부분으로 이 문제에 관한 한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가 이같이 주5일제 문제를 놓고 격돌하는 것은 법을 통해 주5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재계의 입장과 조건없는 주5일제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입장이 국내최대의 단위사업장인 현대차를 통해 `힘 대결'을 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상당수가 완성차업체의 주5일제 도입 즉시 이를 시행한다고 노사합의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짐을 현대차 노사에 전부 떠맡긴 상태여서 현대차 노사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편 기아자동차 노조도 주5일제 도입 문제 등에 관해 현대차 노조와 공동투쟁에 나섬에 따라 현대.기아차 노사 협상 결과가 주5일제 도입 문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