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kdu.edu 나는 1990년대 초반 일본이 미국 남부 11개 주에 현지 투자하는 전략을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일본의 투자전략은 '유도(柔道)'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도에서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듯이,일본은 자기네 기업전략에 미국의 힘을 이용했다. 그럴 경우 상대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유리한데,미국은 일본의 좋은 상대였다. 일본이 미국의 힘을 이용한 실례는 투자 장소를 물색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일본업체가 미국에 현지투자할 의사가 있을 때는 이를 먼저 미국 언론기관에 알린다. 그러면 일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주,특히 남부 주들이 다투어 경쟁하고 미국 언론은 이런 사실을 크게 보도한다. 그리고 일본이 장소 물색팀을 미국의 여러 주에 보내 실사작업을 할때 미국 언론은 실사팀이 가는 곳마다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후보지를 3개 주 정도로 좁히면 여기에 해당하는 주의 신문들은 다시 보도한다. 투자할 주를 확정한 후에는 정확한 장소를 발표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그 주의 신문이 계속해서 보도하기를 기다린다. 일본 회사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미국의 경비로 홍보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런 선전효과로 도요타자동차가 켄터키에 공장을 세울 때 3천명 고용에 20만명이 지원했고,스바루-이스즈공장에는 1천7백명 고용에 5만명이 지원했다. 테네시주의 닛산자동차공장이 1백50명의 인원을 뽑을 때도 2만여명이 지원했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시에 공장을 건설키로 하면서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는 보도를 읽었다. 현지인 2천명을 고용하려는데 2만5천여명이나 지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놀라운 경쟁률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하듯이,많은 지원자 중에서 선발한다면 보다 좋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입사 경쟁률은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입사 경쟁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 회사도 선전하는 과정에서 일본 회사처럼 미국의 힘을 이용했다면 더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 기업에 취직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유도게임을 하듯이,남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