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휴가를 가셔야 저희도 좀 쉴 텐데,안가시려나 봐요. 아직 휴가계획을 말씀 안하시네요." 신용카드사 사장들의 여름휴가 여부를 취재하기 위해 모 카드회사 홍보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상반기 경영실적이 최악이었고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해 한가롭게 휴가를 떠날 분위기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다른 카드사들의 상황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9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6개 회사 CEO들이 휴가를 가지 않거나 미정이라고 했다. 휴가를 안가는 이유 역시 대동소이했다. 연체율은 두자릿수로 치솟았고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는데 다른 업종의 CEO처럼 휴가갈 수 있겠느냐는 얘기였다. 하반기 자금조달계획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흑자전환 방안도 짜야 하는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CEO의 휴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원 중간간부 하급직원들에 대한 휴가 인심도 넉넉하지 않다. 휴가 얘기 꺼냈다간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고 핀잔을 들을 분위기다. "아내와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올해는 참아야겠어요"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린다. 모 카드회사 중간간부는 "회사 전체 분위기가 나쁜 데 1주일 휴가는 꿈도 못 꿉니다. 부하들에게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붙여 3일 정도 쉬라고 말은 합니다만,이마저도 쉽지 않네요"라며 코끝을 찡그렸다. 한 대리급 직원은 "휴가 가는 세 회사 사장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휴가 안가는 카드사 사장이 더 많다는 기사가 나가면 그 사장들도 편하게 휴가를 떠나진 못할 겁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2,3년 전 대규모 흑자에 즐거워하던 카드사들이 이젠 휴가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내년에는 상황이 좋아져 넉넉한 휴가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