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부도위기에서 벗어나 회사를 안정시켜 가고 있는데 부품을 납품하는 대기업 노조는 허구한 날 파업을 해대니 차라리 공장 문을 닫고 싶은 심정입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영풍기계(경주시 외동읍) 조부평 사장은 "한 달째 계속되는 현대차 파업으로 올초 세웠던 투자계획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범퍼 등 자동차 의장용 부품업체인 영풍기계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난달 26일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안돼 부품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파업으로 공장 라인마저 올스톱돼 하루평균 1억5천여만원에 달하는 조업손실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회사의 휴업 조치에 사원들은 "현대차 노조가 중소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최경식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 충격이 하청 중소기업에 얼마나 치명적으로 와닿는지 현대차 노조원들이 조금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원과 하청업체 노조원간 임금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현대차 파업이 울산 경주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이제는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하계휴가 전 타결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 사장은 지난 95년 5월 창업자의 방만한 투자로 부도 위기에 휩싸인 영풍기계를 인수, 상생의 노사관계를 통해 6년여 만에 연매출 3백여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도약시켰다. 그는 "올해는 중국 등 해외시장을 개척해 '신바람나는 회사'를 만들려 했는데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가 주5일 근무제를 내세워 파업하는 동안 1백20명의 직원들이 집에서 파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자동차 부품 단가는 큰 변화가 없는데 대기업 노조가 주5일제니 비정규직 보호니 하며 새로운 요구들을 쏟아낼 때마다 중소하청업체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게 되는지 생각 좀 했으면 합니다." 조 사장은 "현대 노동자들로선 주5일 근무제를 즐기겠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에겐 그림의 떡인게 현실"이라며 말을 맺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