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여야가 함께 대선자금 모금과 집행 내역을 밝히고 철저한 검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우리는 정치선진화를 위해 정치자금공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이 엉뚱한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우리는 이번 제의가 정말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솔직히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 아니다. "여당부터 전모를 공개하라" "야당도 함께 밝히라"는 공방이 계속될 게 뻔하고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조사 주체와 대상,기간,방식 등에 대한 의견접근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자금 공개는 정치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열린 마음으로 임해 주길 기대한다. 굳이 여야를 따지자면 여당측이 보다 적극적 자세를 가지는게 당연하다고 본다. 대선자금 2백억원 모금 발언이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 의해 나온 것이고 굿모닝시티 수뢰사건 당사자인 정 대표는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대선자금 일부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전면공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야당을 핑계로 전면공개를 피할 경우 이번 제의가 난국돌파를 위한 정략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자금 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라는 식의 비난만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제의의 배경이야 어찌됐건 정치자금공개가 한국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정치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에 피해를 입히거나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정치권에 돈을 주는 기업들은 마지못해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회사명 공개는 해당 업체에 이중의 피해를 입히게 된다. 노 대통령도 국제신인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듯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이 낱낱이 공개될 경우 그 파장은 예측하기조차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