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의 감동이 새롭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월드컵 진출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들었고,4강신화를 창출해냈다. 이런 신화의 덕분인지 월드컵을 통해서 그 동안 참 생소했던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국가로 변모했다. 한동안 네덜란드식 맥주가 유행을 했고, 네덜란드 여행상품과 관광특산품이 거리를 메우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함에 있어서도 네덜란드 모델을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네덜란드식 모델은 노사정 협의에 따라 제한된 경영참여를 노조에 보장하는 것으로 얼마 전 내한한 네덜란드의 카리엔 빈 헤닙 네덜란드 장관은 히딩크의 축구와 네덜란드 노사모델을 견주어 '노조와 사측, 정부가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협력하고 대화하는 네덜란드 노사모델은 히딩크 감독이 나이와 포지션을 따지지 않고 함께 협력하도록 축구팀을 지도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합을 바탕으로 한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의 실현과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네덜란드식 모델은 한국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고, 네덜란드에서도 최근에는 노동비용 상승이나 불경기에는 기업의 대처 능력이 제한 받는다는 이유로 새 모델을 정립해야 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있는 점, 또, 미국을 방미하고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은 영미식 노사관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노사모델로 네덜란드식 모델을 정립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이러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어떤 노사 모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노사 모델을 정립하는데 있어 제대로 된 운영시스템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노사모델의 정립은 총론의 문제가 아니라 각론의 문제이며 따라서 정립의 접근 방법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몇 가지 접근 방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사측의 노사 관계를 전담할 전문가를 육성 또는 발굴하여 노조의 카운터 파트로 하는 노사 관계의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표이사나 총무 또는 관리담당 임원이 노조협상의 상대방이 되어 왔는데 이는 비 효율적이고 비 건설적인 경우가 허다했다. 사측의 전임 노사관계 전문가는 경영자 또는 사측을 대변할 수 있는 권한과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로 노조측과 계속해서 이슈들을 파악하고 토론하여 지금까지 단편적이고 이슈 중심적이던 노사관계를 총체적이며 계속적으로 상시화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노사문제가 아니라 노사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경영자는 경영에 전념하고 노사협상의 주요 안건에만 결정을 내려주면 된다. 둘째 노사협상의 핵심은 임금 인상이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노사, 양측 다 많은 시간과 불필요한 논쟁을 거듭하여 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실질적인 의견교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논쟁으로 인해 임금문제마저 타결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의 사례처럼, 임금부분은 3년 또는 2년 등의 별도 주기를 가지고 접근해야 더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종업원지주제 등을 활성화하여 직원들이 경영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접할 수 있고 그러므로 경영이 투명화되며 회사의 이익창출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익분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상설화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사모델의 정립은 국가적으로 모델을 정립하기 보다는 개별 기업들의 노사가 바람직한 모델을 정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줄 수 있어야 된다. 결국 노사 개별의 문제를 획일적으로 일률적으로 국가가 관여하면 국가로도 형평을 맞추기 어렵고, 개별 기업에 불합리한 점들을 국가를 대상으로 또, 개선요구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형 노사모델이 네덜란드식이냐 영미식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협상하므로 노사관계가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개선되며 그러므로써 기업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권익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사관계가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올바른 노사관계,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설정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앞날은 없다는 점이다. kbkim@mondex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