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기술 개발과 같은 다소 모험에 가까운 과감한 정책 결단을 단기간에 성공으로 이끈 국가입니다. IT(정보기술) 분야에의 '선택과 집중'이야말로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나노기술(NT)의 세계적 권위자로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산업자원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릴 차세대 성장동력 국제회의 참석차 방한 예정인 산디프 티와리(Sandip Tiwari) 미국 코넬대 나노연구소(CNF) 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창조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IT 기술을 NT BT(바이오기술) ET(환경기술) 등 차세대 핵심성장 동력의 기본 인프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나노기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노기술이란 나노미터(10억분의 1m) 범위에서 특유의 기능을 갖도록 구조체를 만들고 이를 재료 소자 공정 등에 응용하는 기술이다. 나노기술은 한계상황에 다다른 제조산업은 물론 의학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제조 부문의 경우 물질의 구조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나노기술이 반영된 고집적 반도체는 일반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진일보시키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나노기술이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IT 만큼 클 것으로 보는가. "초소형 대용량화로 대표되는 이동통신 분야의 IT 발전은 나노기술과의 접목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학 분야에의 적용은 차치하더라도 통신ㆍ전자 광학 재료공학 환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IT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노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응용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현재 인간의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1나노 분자 크기의 초미니 '항암 나노로봇(Nanogenerator)'이 임상실험에 들어간 상태다. 고집적 반도체소자가 장착된 동영상 휴대폰 등 나노기술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이밖에도 고기능성 소재, 신약, 유전자 조작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 나노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NT 개발국으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앞서도 말했듯이 나노기술과 IT 기술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IT 분야의 축적된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NT는 물론 BT ET 분야에서도 기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삼성 등 한국 기업은 나노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부문 특허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 선진국을 위해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수 인재에 대한 교육과 이들의 연구에 대한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연구 결과물들이 그때그때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산ㆍ학ㆍ연 연계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중재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 [ 산디프 티와리 누구인가 ] 산디프 티와리 미국 코넬대 나노연구소(CNF) 소장(코넬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겸임)은 전자와 실리콘을 이용한 광학 반도체기기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출신의 티와리 교수는 나노 전자공학 이론 및 실험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현재 미국 국가 나노기술 공용시설연합의 책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반도체, 에너지 저장, 광전소자, 의료 분야에 쓰이는 '나노크리스털'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 'CMOS와 메모리' '100나노밀리에서 10나노밀리까지' 등이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