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각국 정부에 대해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환율 정책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막대한 미국 무역적자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느낌이 적지 않지만 아시아국가들이 외환보유고 상위랭킹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그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은 아시아국가들, 특히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엄청난 무역흑자를 올리면서 다른 나라경제 및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각국이 실제 시장개입을 했는지, 했다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된 한국 역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전체를 놓고 보면 그리 나쁜 편이 아닌데다 외환보유액도 1천3백억달러를 넘는다. 그린스펀 발언에 이어 중국정부도 "국제경제 활성화를 위해 위안화 환율 메커니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조만간 국제통화질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분석까지 나와 대처하기가 더욱 까다롭다. 어쨌든 원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달러당 1천∼1천1백원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들로서는 우선 품질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거래통화의 다양화, 수출지역 다변화, 해외조달 확대 등 다양한 대응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피나는 구조조정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원고(高)시대에 버텨나갈 만큼 체질강화가 이뤄졌는지도 재점검해야 한다. 정부정책 역시 이에 대해 치밀한 대비가 있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돌이켜보면 IMF 사태는 원화강세에 대한 대응을 게을리했다가 겪게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율수준이 아직은 견딜만 할 때 미리미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