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南根 < 서울고속버스터미날 대표이사 > 여름 문턱에 접어들면서 다들 휴가계획을 세우느라 바쁘다.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열풍은 서양사람들이 더 극성이어서 프랑스인들은 휴가비를 벌기 위해 1년간 일한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도 70년대 후반부터 바캉스를 즐기는 여유를 갖게 되더니, 이제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많아졌다. 휴가철마다 사회적 관심사도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과다노출, 과소비, 바가지 상혼 등이 비교적 고전적인 관심사였다면 요즘은 교통ㆍ환경문제, 해외 나들이 등이 주요 관심사다. 그러나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휴가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것이다. 휴가갈 엄두도 못내는 실직 이웃들의 서운함, 휴가 길 주차장 같은 도로에서 겪는 스트레스, 파괴되는 환경을 바라보면서 지역주민들이 격는 정신적 고통 등은 휴가철을 맞을 때마다 치르는 한바탕 전쟁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휴가문화는 물량주의와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휴가는 우리가 지고 있던 짐을 덜고 마음을 텅 비우는 시간이 돼야 한다. 아름다운 경치, 반짝이는 모래, 시원한 솔바람도 모두 마음의 짐을 더는 수단이 될 때 비로소 무릉도원이 되는 것이다. 선조들은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자연과의 조화를 먼저 생각했고, 우주적 질서를 따르고자 했다. 문화와 의식 또한 품격 있고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언제부터인가 여유와 향기가 없어지고, 값싼 대중문화가 판치는 세상이 됐다. 이제 이러한 물량 중심의 휴가문화는 청산돼야 한다. 너도나도 자가용 승용차에 먹을 것을 잔뜩 싣고 바다로 산으로 몰려가면, 그 곳에 또 다른 도시가 형성돼 여유로운 휴양지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품격을 갖춘 휴식을 위해서는 주제가 있는 휴가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역사나 문화유적을 주제로 정하고 인근 계곡이나 바다를 부제로 삼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휴가를 다녀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통해 이웃간 단절된 대화의 창도 열고, 문화적 향기도 느끼면서 자신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러 면에서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어 선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물질보다는 정신을, 자신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고, 서두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일을 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왔다. 휴가를 떠날 수 없는 이웃의 고통도 생각하면서 휴가문화를 한단계 높여 나가는 지혜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