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대다수시중은행은 조직 다잡기와 분위기 쇄신, 경쟁력 강화를 모토로 내걸고 임원급의 전면적 물갈이 인사나 인력 감축 및 재배치와 대규모 조직 개편에 속속 나서고 있다. ◆ `적자 은행' 속출 신용카드를 분사한 우리은행(상반기 순익 5천652억원)과 신한은행(1천900억원대추정)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또는 2.4분기 결산에서 적자를 냈거나 소폭의 흑자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도 은행인 국민은행은 SK글로벌 충당금(70%)과 카드.가계 충당금 적립등으로 2.4분기 말 결산에서 소폭의 흑자 예상을 뒤엎고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 폭은 1천억원 미만일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지난 1.4분기에 624억원 흑자를 냈던 조흥은행은 상반기 결산에서 1천억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은 1.4분기 1천915억원 당기순손실에서 2.4분기에는 소폭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1.4분기 적자 폭이 워낙 큰 탓에 상반기 적자 결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1.4분기 2천300억원 적자에 이어 2.4분기에도 SK글로벌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역시 순손실을 기록, 상반기 결산에서 적자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SK글로벌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2.4분기 흑자가 1.4분기의 632억원보다 많은 1천억원 안팎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 대대적인 인사 회오리 국민은행을 필두로 은행권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시작됐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6일 조직 다잡기 차원에서 내부 불협화음을 빚은 책임을물어 부행장 3명을 전격 경질, 후폭풍이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상징적 차원의 소폭 인사에 그칠 수도 있지만 대규모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둔다면 인사 폭이 의외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신한지주에 편입될 예정인 조흥은행은 다음달 말 임시주총을 전후해 등기임원은물론 집행임원 대부분이 물갈이되리라는 게 금융계의 예상이다. 산업은행은 작년부터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침체돼 있는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사표를 수리한 김기성 이사의 후임 인선과 정기 인사를 겸한상당 폭의 인사를 이달 말에 단행할 예정이다. 인력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명예.희망퇴직도 잇따를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14일부터 만 20년 이상 근무한 고참 직원들을 대상으로 월 평균 임금 16개월치 지급 조건을 내걸고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임시주총을 전후해 고참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제일은행은 대기발령자들에게 재택 근무를 명령하는 등 간접적인형태로 인력 조정을 유도하고 있다. 영업력 강화 차원의 조직 개편 바람도 거세다. 우리은행은 현재의 본점 인력 1천500명 가운데 400여명을 일선 지점으로 재배치,영업력을 강화하고 기업금융(RM)점포와 지점장들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현재 176개에 달하는 RM 중 일부 중복 점포 40여개를 통폐합하고 일선 창구의 단순 입출금 담당 업무를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한편 상품 판매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면 재배치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