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국민은행장이 다시 '메스(수술용 칼)'를 집어들었다. 병상에서 복귀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수술의 환부는 임원진과 계약직이다. 임원진은 '내부 분열'이라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계약직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가져올 수 있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김 행장의 이번 집도에 대해 노조를 중심으로 행내에서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후유증도 예상되고 있다. ◆부행장 경질 배경=김 행장은 16일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부행장들을 소집한 가운데 '집행임원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12명의 부행장 중 김복완 최범수 서재인 등 3명의 부행장이 참석하지 못했다. 김 행장이 지난 주말 제출된 부행장들의 일괄 사표 중 이들 3명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뜻을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앞서 김 행장은 이달 초 월례조회에서 "일부 임직원들이 CEO(최고경영자)와 다른 가치관을 보이거나 조직을 혼란시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김 행장이 지적한 '조직을 혼란시키는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행장 흠집내기'다. 국민은행 내에는 행장의 경영 스타일을 비판하고 각종 비리를 제기하는 음해성 이메일,투서 등이 끊이지 않았다. 조직을 혼란시키는 또 다른 목소리는 부행장들 사이의 의견 대립이다. 특히 국민카드 통합문제를 놓고 부행장들 간에 의견차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은 이 같은 '불협화음'이 조직의 화학적 통합을 해친다고 판단,전격적으로 부행장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또 그동안 감사원 지적과 건강문제로 흔들렸던 행장으로서의 권위를 되찾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대비 잇따를 듯=김 행장이 단순 입출금 업무에 전원 계약직을 배치키로 한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비한 일종의 '묘수풀이'라 할 수 있다. 즉 입출금 업무라는 '동일노동'은 모두 계약직에 맡겨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다음달 중 8백여명의 계약직 직원을 단순 입출금 업무에 추가 배치하는 한편 그동안 단순 입출금 업무에 배치됐던 정규직 직원은 상품상담 창구나 프라이빗뱅킹(PB) 창구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입출금 업무 중 약 60%를 계약직이 맡고 있는데 이는 다른 은행도 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계약직에 대한 처우문제는 최근 금융노조측이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임금차별 철폐' 요구를 제시하면서 은행권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타 은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부 반발=국민은행의 기존 임원진 16명(등기임원 4명 포함)은 주택은행 출신 5명,국민은행 출신 5명,외부 인사 6명으로 골고루 포진돼 외견상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지분'을 공평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국민은행 출신 부행장 2명(김복완 서재인)이 물러나 균형이 깨지게 됐다. 이에 옛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행장실을 찾아가 불만을 표시하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최범수 부행장의 경우 외부 출신인 관계로 노조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또 계약직 문제에 대해서도 단순 창구 업무 직원이 전원 계약직으로 채워지는 만큼 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표하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