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고가도로를 달려봤다. 청계천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많은 상점들에서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청계고가도로의 마지막 애환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전에도 언제나 차량 통행이 어렵던 터라 단단히 각오하고 나섰는데 웬일인지 차는 별로 없고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들렸다. 그들에겐 고가도로 철거가 생활터전의 상실과 직결되는 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팠다. 한강이 서울의 젖줄이라면,청계천 복원사업이 끝난 뒤의 청계천은 서울의 허파와 같은 구실을 하게 되리라.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 주위를 가족 혹은 연인끼리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수표교 다리 위의 거리화가 앞에서 초상화를 그려달라며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경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센 강변이 이보다 더 멋질까. 기왕 복원하는 것이라면 모쪼록 청계천 일대를 테마거리로 조성해주기를 서울시에 주문하고 싶다. 잡상인이 난립하는 어지럽고 지저분한 거리가 아닌,깔끔하고 주제가 있는 기획된 곳으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집약한,젊은이의 거리라는 곳을 가보면 아름답고 세련된 문화예술의 거리라기보다는 온통 소란스러운 우범지대화된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또 하나,황학동 만물시장에 대한 기획도 잘 이뤄졌으면 싶다. 내 경우 혼자 결정해야 할 어려운 일에 부닥칠 때면 야시장이나 청계천 끝자락 황학동 만물시장을 둘러보곤 했었다. 야시장의 불빛과 바쁜 움직임 속에 넘치는 생동감은 지친 심신을 일깨우고,황학동의 옛 다듬잇돌이며 맷돌,축음기,어릴적 골목어귀 엿장수 아저씨의 손수레에서 보던 신기한 물건은 현실에 찌든 마음을 위로한다.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곳에 서면 생활인의 고뇌가 가슴깊이 느껴지면서 내 일을 더욱 사랑하게 되곤 했다. 황학동엔 흘러간 시대의 애환이 담겨 있다. 지금 그곳 사람들도 철거에 따른 존폐문제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으리라.황학동은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다. 사람 내음 물씬 나는 황학동이 그 특성을 살려 잘 보존되고,그럼으로써 인사동과 쌍벽을 이루는 전통과 추억의 거리로 만들어졌으면 싶다. 한국을 찾는 세계인들과 재외 동포들이 언제라도 한국의 옛 멋과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자연과 전통과 예술이 살아숨쉬는 환경도시 서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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