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신종 금융사기'가 판치고 있다. 서울지검은 15일 대부업체인 굿머니가 5백40억원대의 대출사기를 벌인 혐의를 적발했다. 또 유령 투자회사를 차려놓고 서민들을 상대로 4천4백억원대의 다단계 금융사기극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밖에 신용불량자를 상대로 한 대출사기가 잇따르는가 하면 몽골에 금광이 발견됐다며 투자자를 모은 후 돈을 갖고 잠적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 대출명의 빌려주고 신용불량자 됐다 =서울지검은 15일 "굿머니가 대출중개업체인 G사를 이용, 일반인 3백20여명의 명의를 빌려 1인당 1억∼2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굿머니와 결탁한 대출중개업체 G사는 주부들에게 "대출에 필요한 명의를 빌려주면 1천만∼1천5백만원의 사례금을 주겠다"며 접근, 3백20여명의 명의를 모아 경북의 K상호저축은행에서 5백40억원을 대출받았다. G사는 이중 주부들의 경우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룸살롱 마담으로 신분을 위장시키기도 했다. 이후 원금을 갚지 않아 명의를 빌려준 주부들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검찰은 K상호저축은행 관계자중 일부가 굿머니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 굿머니가 이들과 결탁했을 가능성도 수사중이다. K저축은행은 운영이 악화돼 지난 4월 영업정지됐으며 굿머니도 대금업 지사장들에게 보증금 5억원을 요구, 유사수신행위라는 의혹을 받던중 지난달 초 영업을 중단했다. 한편 대금업계 관계자들은 "굿머니의 대주주 가운데 사정당국 출신이 있다"며 "이들이 금감원 등의 감독에 바람막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서민 울린 다단계 금융사기 =서울 강남경찰서는 15일 주부 노인층 등을 상대로 고수익을 보장해 준다고 유혹, 4천4백25억원을 챙긴 다단계 금융사기단을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세왕기획이라는 유령 투자업체를 차린 뒤 중국에 식품체인점과 섀시공장 등에 투자해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를 모집했다. 1년을 투자하면 월 9%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인 후 6백20여차례에 걸쳐 87억원을 챙겼다. 사기단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일명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수법으로 2∼3회 정도 이자를 지급,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후 1∼2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돈을 챙겨 달아났다. 세왕기획은 다단계 금융회사인 에이스그룹의 자회사 가운데 하나로 에이스그룹은 모두 28개의 유령 자회사를 설립, 4천4백25억원을 챙겼다. ◆ 터무니없는 금광사업 =몽골의 폐광을 금광이라고 속여 투자자를 모집해 70억원을 챙긴 사기단도 최근 검찰에 적발됐다. 사기단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생산량이 하루 8∼15kg(약 9천만∼1억7천원)인 몽골 금광 2곳의 소유 및 개발허가권을 갖고 있으며 현재 채굴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중앙일간지에 허위 광고를 내 투자자 3백여명으로부터 70억원을 받아 챙겼다. ◆ 재건축 투자 사기 =서울의 K건설은 지난해 8월 서초지역 재건축 시행사로 지정됐다며 '재건축 착공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K건설측은 재건축에 2억원을 투자하면 아파트가 완공된 6개월 후 3억원을 돌려주겠다며 3억원짜리 어음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줬다. 고의적으로 아파트 재건축을 미뤄오던 K건설은 재건축조합이 이에 반발, 시행사를 교체하자 투자자들이 맡긴 돈 약 40억원을 챙긴 후 사라졌다. ◆ 대출사기, 신용불량자도 노린다 =금감원은 최근 신용불량자를 상대로 불법 대출중개를 해온 사이비 금융업체 5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미국의 유명 대출업체 Q사와 대출중개계약을 체결했다고 광고한 뒤 신용불량자에게 3백만∼5천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회원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제휴 중소기업의 정수기(20만원 상당)를 구입해야 한다"며 신용불량자들의 돈을 뜯어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