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비정규직 노조가 결성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탄생은 여러 면에서 국내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결성 사업장이 국내 최대 제조업체여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결성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등을 차별받고 있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노조 결성은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고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고 현대차 노사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선도하고 있다. 매출이나 조합원규모뿐 아니라 거래나 고용관행에 대한 영향력에서 볼 때에도 비정규직 노조 설립은 다른 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5년 전 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운동에서 그랬듯이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확산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빠른 속도로 임금이 올라가는 반면 고용조정을 하기 어렵다 보니 하청 등으로 비정규직의 활용을 늘려왔다. 특히 IMF체제를 거치면서 비정규직의 활용이 빠르게 증가했다. 노동조합도 기업의 인건비 부담능력이 한계에 도달해 정규직인 조합원의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증가를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커지자 노동계는 비정규직 노동운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간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지만 막상 비정규직 노동조합 결성이 현실로 대두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계는 '동일한 일을 하면 임금을 똑같이 받는다'는 노동운동의 정신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더라도 임금을 더 올리라'는 정규직의 요구를 따를 것인지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비정규직문제의 딜레마는 사용자에게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거세지면 기업을 계속할지 아니면 그만두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을 그나마 비정규직 활용으로 감당해 왔는데 이마저 할 수 없다면 기업활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판 깨기'는 정규직은 물론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는 비정규직에게는 생활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비정규직 특성에 따라 안고 있는 문제의 배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전반적인 노사문제의 해법 속에서 접근해야 하며 동시에 맞춤식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현실을 보면 완성차가 파업을 겪게 되면 부품회사가 피해를 보고 거꾸로 부품회사가 파업에 놓이면 완성차가 피해를 본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비정규직 노조의 설립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사문제가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의 GM이나 독일의 벤츠뿐 아니라 일본 도요타의 노사관계 모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GM이나 벤츠에서 비정규직문제는 노사관계의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 임금체계가 직무급이나 직능급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대우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소지 자체가 작다. 도요타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적게 받아 왔지만 자동차생산의 환경은 오히려 현대자동차와 가깝다. 도요타는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하청이나 용역의 활용도가 높으면서 경쟁력이 높고 노사관계도 매우 안정적이다.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도요타와 계열하청기업,그리고 도요타노조와 하청기업노조가 각각 임금재원의 규모 문제와 임금재원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횡적으로뿐 아니라 종적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gotgk@hanmail.net -------------------------------------------------------------- ◇시론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