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치고 직장에 만족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상사눈치 보랴,아랫사람 배려하랴,동료간의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랴 이러다 보면 피곤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존심을 구기는 일도 예사로 일어난다. 그렇다고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풀 기회도 여의치 않고 게다가 월급은 충분치 않아 함부로 손댈 수도 없다. 기분껏 한번 살고픈 충동이 문득문득 솟을 때는 누구나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이를 두고 '369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모양인데,3개월 단위로 슬럼프에 빠져 이직이나 전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전 한 취업전문업체의 조사를 보면,마치 직장인의 고달픈 자화상을 보여주 듯 10명중 9명이 369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후군은 생활과 업무, 그리고 대인관계 등이 변화없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욕설사이트'가 직장인들로부터 호기심을 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어보자는 것인데 조회 횟수가 폭증해 서버가 다운될 정도라는 소식이다. 최근 출간된 '죽었다 깨나도 회사가기 싫은 날'에서는 '그래도 출근하는 까닭'을 역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직장은 높은 경지의 인내심을 키우는 수련장이고,야근하면 밥도 주고 수당도 주고,적당히 놀고 먹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여러가지 희한한 폭탄주도 즐길 수 있다는 식이다. 과연 직장은 사람을 무력하게 하는 곳인가. 직장생활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는 없는가. 결론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탐험가 존 고다드는 1백27개의 드림리스트를 작성해 평생 이를 실천했으며,포로수용소에 갇힌 한 미군병사는 가상 필드에서 매일 상상속의 라운딩을 하며 힘을 길렀다고 한다. 부도난 기업체 사장이 "나에게 또 하나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암시를 하루에도 수백번씩 되뇌이며 재기에 성공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고 비전을 만들어 가는 한,맥없이 습관적으로 출근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