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행보가 빨라졌다. SK글로벌 분식회계 관련 1심 판결이 있었던 지난달 초 이후 다소 위축됐던 손 회장이 재계 대표로서 잰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손 회장은 14일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회 한일벤처경제인포럼에 참석,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축사를 했다. 저녁에는 일본 대표단을 위한 만찬을 주재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포럼은 지난달 초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합의한 한·일 경제인간 적극적인 교류 방침을 실현한 첫번째 후속 조치. 손 회장은 이 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근 회사 일로 일본 출장을 갔을 때도 모리 전 총리 등 일본측 VIP들의 참석 여부를 직접 챙기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손 회장은 노 대통령의 경제 외교는 기업인들이 뛰어야 그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민간 경제계 차원에서 일본·미국 기업인들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들을 찾으라는 게 손 회장의 특별 지시"라고 말했다. 재계 대표로서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등과 함께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가진 간담회에서 "지금의 경제난국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대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7일에는 자신의 임기만료 이후 새로 메세나협의회장을 맡은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한·미투자협정 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문제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이밖에 역대 어느 회장보다도 더 전경련 사무국을 챙기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매주 목요일 점심에 전경련으로 '출근'해 사무국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한 뒤 오후내내 전경련 일을 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손 회장은 경제를 살리는 데는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라고 자주 강조한다"며 "손 회장이 재계 대표로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기업인들의 자신감 회복을 선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