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200억원 정치자금 모금'발언이 정가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자 기업들은 이 파장이 재계쪽으로 역류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일제히 `입조심'에 들어갔다. 정치자금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불똥'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쪽으로 번질 경우 비자금 조성, 정.경유착 등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을 낼 수 있는사안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삼성 등 재계는 13일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다거나 정당후원금을 내고 영수증을 받는 등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치자금을 냈을 뿐이라며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 대선때 재계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돈을 모아 정치권에 건넸다거나 그룹들 사이에 대선자금 배분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는 법에 의한 정당한 정치자금만을 제공한다는게 재계의 기본 입장이었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기업의 투명성도 높아지고 외부감시가 강화됐기 때문에 과거처럼 `뒷거래'를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도 "법에 따라 정당 후원금을 내고 영수증 처리했으며 출판기념회나후원회 등의 행사에서 개인적인 친분으로 돈을 낸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언급을 꺼렸다. 여타 대기업들도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다'거나 `말하기 곤란하다'며 대답을 피했다. 지난 대선 때 정치자금 제공을 공표한 것은 LG칼텍스가스가 작년 9월 공시를 통해 한나라당 중앙당후원회에 2억원을 제공했다고 발표한 것이 유일하다. 또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기업들은 정치권으로부터의 정치자금 요구가 현저히줄어들었으며 이에따라 정치자금도 공식적인 후원금 외에는 거의 내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업들이 `보험'에 드는 차원에서 여.야에 일정금액을 제공하는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며 과거와 비해서는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선거철에 `정치자금'이 전달되는 현상이 없지 않았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여전히 정치권에 보험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자금요구에 `나 몰라라'할 수 없다"면서 "다만 기업들도 외부의 감시가 크게 강화돼 과거처럼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뭉칫돈을건네 줄 수는 없었을 것"고 말했다. 이에따라 비교적 `탈'이 없는 대기업의 자금은 크게 줄어든 반면 중견.중소기업이나 이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업의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정치자금의`위험도'도 그만큼 커졌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