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수입차업체들이 특별소비세 인하조치에따라 차량가격이 변동되는 틈을 이용해 세금 인하분 외에 판매마진 등을 감안한 차량 가격 자체를 `슬그머니' 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같은 가격조정은 수입차 판매가격 책정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이로 인해 업체별, 모델별 판매가격 인하율도 제각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하폭 '들쭉날쭉' = 13일 수입차업체가 발표한 `특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조정표' 따르면 비슷한 가격대라도 브랜드에 따라 인하폭이 수십만∼수백만원 이상 차이나는데다 같은 브랜드내에서도 기존 가격 기준으로는 수천만원씩 차이가 났음에도불구하고 정작 인하폭은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 도요타 렉서스 ES300(P-그레이드)과 크라이슬러 300M은 특소세 인하 이전 기준으로는 각각 5천680만원으로 가격이 같지만 인하후 조정가격은 ES300 5천530만원, 300M 5천480만원으로 ES300이 50만원 덜 내렸다. 렉서스 브랜드 내에서도 당초 4천250만원하던 IS200(S-그레이드)과 이 보다 2천만원 이상 비싼 6천680만원짜리 RX330(P-그레이드)은 특소세 인하분만 적용하면 인하폭이 서로 달라야함에도 불구하고 조정된 가격 인하폭은 각각 150만원으로 같다. 재규어 X-타입만 하더라도 기존 가격이 6천900만원이던 3.0모델은 인하폭이 250만원이었지만 이보다 싼 2.5모델은 6천400만원에서 5천890만원으로 510만원이나 내려갔다. BMW의 X5 3.0i와 포르쉐 박스터M의 경우도 변경 전 기준으로 박스터(8천690만원)가 X5(8천590만원)보다 100만원 비쌌지만 인하폭은 오히려 X5(280만원)가 박스터(220만원)보다 크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디럭스(기존 가격 3천100만원)는 배기량이 1천984cc로 특소세 인하폭이 5%포인트(10%→5%)나 됨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딜러들에게 전달한 조정 가격은 3천50만원으로 50만원 인하되는데 그쳤다. 1억원 후반대 모델들의 경우 평균 인하폭이 450만∼550만원 수준인데 반해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4.4 HSE 보그(1억5천900만원)는 조정후 950만원이나 인하, 1억원이상 차이 나는 벤츠의 최상급 모델인 CL600(2억7천만원)과 인하폭이 같았다. ◆일부 수입차 '실제 가격' 인상의혹 = 수입차는 수입통관가격과 통관.운송 비용 및 딜러 수수료, 마진 등 기타비용이 업체별, 모델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특소세인하 전 가격이 같았던 모델들도 조정 후에는 가격에 다소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수십만∼수백만원식 차이가 나는 것은 상당수 수입차업체들이 이번에 특소세 인하로 가격을 조정하면서 세금 인하분만 반영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가격변동요인을 슬그머니 반영시켰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소세 인하분보다 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간 모델들은 그만큼 이전 가격에 `거품'이 많았다는 얘기고, 인하폭이 적은 반대의 경우는 최종 가격이 특소세 인하 전보다내려가긴 했지만 특소세를 뺀 실제 차량 가격은 인상된 셈이다. 최근 국내 판매 1위 수입차업체인 BMW가 일부 모델에 대해 190만∼870만원씩 가격을 인상하는 등 수입차 시장에 차가격 인상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던데다 특히 유럽차의 경우 유로화 강세로 원가인상 요인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 조정 시기를 재고 있던 수입차업체들로서는 특소세 인하 방침이 발표되자 `티 안내고' 가격을 변경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 특히 수입차업체들의 이번 가격 조정은 소비자들에게 특소세 인하분 외의 가격조정 여부를 떳떳하게 공개하지 않은채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자체 가격정책에 의해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일 뿐"이라며 "상당수 모델은 실제 특소세 인하폭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려간 만큼 가격 인상 시도로 매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