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세계적 금융회사인 JP모건을 상대로 한 파생금융상품 관련 소송에서 일부 승소함에 따라 당시 분쟁과 관련해 화해를 추진했던 국내기업들과 끝까지 법적대응에 나선 대한생명간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SK증권 등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화해를 통해 거액의 손실금을 물어준 반면 대한생명은 상당한 금액을 되찾을 수 있어서다. 한편 대생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이번 승소로 의외의 소득을 거두게 돼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와 대생=SK증권 LG금속 한남투신 등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지난 97년 JP모건과 토털리턴스와프(TRS)라는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지금껏 밝혀진 것만도 7건 7억5천8백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 가운데 가장 손실금액이 컸던 SK증권의 경우 98년 2월 JP모건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99년 10월 화해했다. 당시 손실금액 3억6천3백만달러 가운데 SK는 3억2천만달러를 화해금액으로 물어주고 소송을 종결해버렸다. 그러나 SK와 JP모건은 화해금액 가운데 1억7천만달러를 주당 4천9백20원에 SK증권에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키로 합의하면서 이중 1억달러를 주당 6천70원에 되팔기로하는 불법적인 이면옵션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이 옵션계약이 이뤄졌고 SK는 2천3백만달러의 차액을 추가로 JP모건측에 지급했다. 사실상 3억4천3백만달러(소송금액의 96%)를 물어준 셈이다. 반면 대생은 지난 99년 소송을 제기,이번에 6천6백30만달러의 손실 가운데 일단 2천6백45만달러에 대해 승소했다. 대생측은 오는 17일 미국 뉴욕주 법원에서 열릴 최종 보상금 결정에서 추가 보상 판결이 내려지면 4천만~5천만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상금 여부에 따라 50%대 미만까지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SK는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려다 소송금액의 대부분을 물어주고 불법적인 이면계약으로 그룹의 해체위기까지 겪었다. 반면 8천2백36억원에 대생을 인수한 한화는 3백60억원의 자산을 챙기게 됐다. 대생 인수를 놓고 예보와 대금협상을 벌이면서 이번 소송의 가격을 0원으로 책정,승소금액이 고스란히 대생측 자산이 됐기 때문이다. SK측은 이와 관련,"당시 경제위기 상황이었고 그룹을 살리기위해서는 조기 화해가 최선이었다"고 밝혔다. ◆대생과 예금보험공사=대한생명 고위 관계자는 "JP모건이 작년말 변호사를 통해 화해를 제안해왔으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JP모건측으로부터 돌려받을 돈의 규모는 17일 최종 확정되겠지만 적어도 2천6백45만달러에다 기타 간접손실금액을 더해 결정된다"며 "아직까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생은 '모닝글로리'라는 역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JP모건측에 9천1백만달러를 물어주면서 손실액 6천6백30만달러에 대해 전액 상각처리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반환되는 돈은 모두 회사이익으로 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생의 2대 주주(49%)인 예금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는 "대생을 한화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할 당시 대생은 여러건의 소송에 얽혀있는 상태였다"며 "소송의 승산 여부가 불투명했던 점을 감안해 일체의 사후손실 보장(풋백옵션)이나 이익공유 조항을 매각조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성태·정태웅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