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조사국 직원들이 경기 예측 능력을 의심받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2년간 경기 예측이 너무 '엉터리'라는 비판이 한은 내부는 물론 금융시장안팎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작년 12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5.7%로 제시했으나 지난 4월 4.1%로1.6% 포인트나 하향조정한 데 이어 3개월만에 다시 3.1%로 대폭 낮췄다.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이나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등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했지만 방대한 조사 인력을보유한 중앙은행의 경기 예측력이 민간 연구소 수준밖에 안된다면 문제가 크다는 게한은 안팎의 지적이다. '예측'이라는 것이 언제나 빗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만 중앙은행의 경기 예측이 크게 잘못되면 통화정책에 문제가 생기고 시장 참가자들의 판단 착오를 부르기때문이다.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통위원들은 한은 조사국의 경기 예측 능력에의문을 표시하며 조사 기능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의 경기 예측 모형은 물론 전문가 집단의 경기 판단이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한은 일각에서는 박승 총재가 자주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발언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리서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박 총재의 경제에 대한 발언은 수시로 보고받는 실무 부서의 경기 판단을 근거로 하는 것이므로 총재의 경기 인식이 '조변석개'한다는 것은 그만큼 리서치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때 실무 부서의 보고를 토대로 "0.25% 포인트의 금리 인하면 4% 성장이 가능하며 만약 4% 성장이 안되면 고용에 문제가 생기는만큼 금리를 내려서라도 4% 성장을 지키겠다"고 선언했으나 지난 10일에는 "금리 추가 인하와 정부의 재정 정책으로도 4% 성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실업자의 증가를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크게 후퇴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경기 예측 모형을 전면 검토해 문제가 있다고판단되면 지체없이 개선하고 가능하다면 인력도 보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의 경우 이라크전, 사스, SK글로벌 사태, 북핵 위기, 노조 파업 등예측이 어려운 변수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 경제 전망을 어렵게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