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이뤄진 신용카드사들의 대규모 증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당 지원에 해당되는가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빠르면 하반기에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초 주주가 아닌 계열사의 증자 참여나 시장 조건보다 유리하게 이뤄진 후순위채 매입이 부당 지원으로 규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의 고위 관계자는 10일 "신용카드사들이 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부당지원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카드사들의 자본 확충이 진행 중인 만큼 자본 확충 완료 이후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벌계 카드사들에 대한 부당 지원 점검과 현재 진행 중인 6대 그룹 부당 내부거래 조사의 연계 여부에 대해 공정위의 다른 관계자는 "조사대상 기간이 달라 원칙적으로 연계되지 않겠지만 거래의 연관성에 따라 함께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공정위가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 왔음을 시사했다. 재경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불황으로 연체금액과 신용불량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카드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지난 4월 금융기관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지원과 함께 카드사 대주주들에게 6월 말을 시한으로 책임지고 자본을 확충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에 국민은행과 합병이 결정된 국민카드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신용카드사가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2조3천억원의 자본을 확충했으며 오는 9월까지 1조3천500억원의 추가 확충이 계획돼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카드사는 주주 아닌 계열사들이 증자에 대거 참여해 부당 지원 의혹을 불러 일으켰으며 자본 확충이 실패하면 퇴출 위기에 몰릴 카드사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후순위채 매입 가격이 적정한 것인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계열사들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부실 계열사를 회생시킨 경우 '부당 지원'으로 간주, 제재해 왔다.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1999년 퇴출 위기에 몰렸던 SK증권에 대해 SK그룹계열사들이 JP 모건을 내세워 우회 증자한 사건도 부당 지원으로 규정해 지난달 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바로 그러한 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자본 확충이 이뤄졌더라도 증자 과정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 지의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해당 기관에서 카드사 증자 문제와 관련해 어떤 정책적 고려도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