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이라면 영화 '타이타닉'을 떠올리면서 환상적인 기분을 느낀다. 타이타닉호는 빙하에 부딪쳐 침몰하는 비극을 겪지만 호화롭기 그지없는 '꿈의 배'는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초호화 유람선인 크루즈선은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도시' 또는 '안락한 리조트'로 불린다. 일류 호텔급의 숙박과 식사는 물론이고 공연 카지노 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으며,수영 테니스 골프 조깅 암벽타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육상에서의 드라이브를 제외한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크루즈선의 규모를 보면 이러한 오락과 취미활동들이 왜 가능한지 짐작이 간다. 상용화된 배의 크기는 천차만별이지만 최근 건조되는 배들은 호화경쟁이라도 하듯 10만톤급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금강산을 오가는 금강호가 3만톤이 채 안되는데도 20층 높이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타이타닉호는 4만6천톤급이었다. 크루즈는 1800년대 말 유럽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지중해 유람에서 시작됐으며,1960년대 후반 미국 여행사들이 카리브해 순회상품을 내놓으면서 부쩍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이제는 알래스카 동남아해역 등지로 확대되면서 특정 계층만이 아닌 일반인들의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계절에 관계 없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의 선박 건조 회사들은 밀려드는 크루즈선 주문에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들린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도 선박기술의 결정체라 불리는 크루즈선 건조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선내의 호텔건설 인테리어기술 등이 아직은 뒤져 있지만,그동안 유조선 등 대형선박을 건조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여객선 기술을 접목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크루즈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크루즈선은 편안한 휴식과 볼거리,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게 경쟁력의 관건이다. 안전문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업계의 오랜 숙업사업인 국산 크루즈선이 만들어져 지중해 태평양 대서양을 항해할 날을 기대해 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