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노조가 잇따라 고율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과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조결성에 나선 것은 따지고 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두 사안은 전혀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기업노조의 지나친 요구가 비정규직을 대량생산하는 원인이 됐다고 본다면 결코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다. 대기업노조의 과다한 임금인상 요구는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 지난 1·4분기중 기업들의 평균임금인상률은 12.9%를 기록했고 특히 근로자 5백명 이상 대기업은 평균인상률이 23%에 달했다 한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최대 불황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형편에 이렇게 임금을 올려주고도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버텨나갈 수 있을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더구나 대기업노조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는 청년실업문제나 중장년층의 조기퇴직 문제가 여전하고 급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많은 상황에서 심각한 사회적 위화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대기업노조의 잇단 파업에 대부분 국민들이 집단이기주의라며 등을 돌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노조의 자기중심적 행태는 사회적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대기업들은 임금인상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늘리는 한편 하청 가격 인하에 나서고,이는 중소기업 경영악화 및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대적 급여수준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14년차 근로자는 평균 4천7백만원의 연봉을 받지만 1차협력업체는 3천만원선,비정규직은 월 1백만원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조 결성에 나선 것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근로자의 56%(노동계 주장)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마저 노조를 결성해 집단행동으로 나서게 될 경우 기업은 물론 나라경제마저 휘청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노간 격차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대기업노조의 자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이 내놓을 수 있는 파이가 유한한 상황에서 대기업노조의 양보없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우를 개선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노조도 이제는 소외된 근로자들의 처지를 감안해 도덕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를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