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인건비 절감보다는 일시적인 업무 수요를 충족하고 인력조정을 쉽게하기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위해서는 임금 및 고용제도의 유연성 확보가 선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체 22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비정규직 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활용 이유에 대한 복수응답을 집계한 결과, '업무 자체가 일시적 또는 계절적으로 유동적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4.3%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인력조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8.4%, '인건비 절감' 36.4%, '정규직 사원을 구할 수 없어서' 9.1% 등의 순으로 응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 고용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도움이 되는 법개정 사항으로는 '능력주의 임금제 정착'(51.0%)과 '경영상 해고 절차 간소화'(20.5%) 등을 꼽아 제조업체 10곳 중 7곳 이상이 임금 및 고용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답했다. 법개정없이 비정규직 보호가 강화될 경우의 파급효과에 관한 설문(복수응답)에는 '채용축소 자동화투자 확대'(42.2%), '처우 개선에 따른 생산성 향상'(41.6%), '외주나 하청 확대'(40.3%), '실수령임금 저하로 노사간 갈등 증가'(33.8%), '공장해외이전'(10.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밖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해도 근로조건의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는 응답이 58.4%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응답(24.0%)보다 배이상 많았으며,차별해소가 어려운 이유로 업무자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란 지적이 70.7%에 달했다. 한편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직종은 판매ㆍ영업관리직이 38.3%로 가장 많았으며 생산기술직 22.1%, 사무관리직 12.3%, 연구개발직 3.2%, 고객상담직 3.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비정규직 고용에 따른 가장 큰 애로로는 잦은 이직에 따른 채용 및 교육훈련비용(50.0%)을 꼽았으며 그다음으로는 사회보험 신고 등 노동관계법 준수(18.8%), 낮은 생산성(16.9%) 등이 지적됐다. 대한상의 산업환경팀의 김기태 차장은 "생산성에 관계없이 임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자동 상승하는 반면 고용조정 절차가 까다로워 경영악화시에도 인력을 줄이기가 어려운 구조에서는 비정규직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임금 및 고용의 유연성 확보를 통해 정규직 채용에 따른 각종 제약과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