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누드 얘기로 시끌벅적하다.

로또에 이은 누드 광풍이라고나 할까.

배우 권민중의 누드 사진 및 동영상이 모바일과 인터넷에 서비스된지 한달도 안돼 총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가 하면, 인기연예인 치고 누드 촬영 제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고 실제 누구누구도 촬영에 들어갔다고 야단이다.

누드집이 공개적인 화제로 등장한 건 91년 일본 모델 미야자와 리에가 '산타페'를 내놨을 때부터.산타페는 논란 끝에 예술작품으로 인정돼 일본에서 '헤어누드'를 해금시켰다.

국내에선 가수 유연실을 필두로 모델 이승희와 탤런트 서갑숙 등이 누드집을 냈지만 반응은 '글쎄'에 가까웠다.

2000년 김희선의 세미누드집 문제가 터졌을 때만 해도 큰일난 듯하던 분위기는 탤런트 정양 성현아 등이 잇달아 누드를 발표하면서 '그럴 수 있는 일'로 바뀌었다.

그러다 권민중의 누드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자 영화에서도 벗기를 꺼렸다는 배우까지 나설 정도가 됐다.

누드 열풍의 원인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인식이 '감춰야 하던 것에서 드러내도 되는 것'으로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라지만 실은 모바일서비스 활성화로 수익성이 좋아진 게 한몫 단단히 했다고 한다.

인터넷은 쉽게 해킹되는데다 카드번호를 공개해야 하는 등 결제가 어려웠으나 모바일은 해킹위험이 작고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결제하기 편해 접속자가 급증한 게 누드집 기획 열풍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O양 비디오'가 컴맹들의 인터넷 실력을 향상시켰다면 권민중 누드는 30∼40대 폰맹들에게 모바일콘텐츠 이용법을 가르쳤다는 말도 나온다.

누드 촬영의 대가는 CF의 2∼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제시된다고 한다.

권민중의 계약금은 10억원이지만 사람에 따라 30억원을 준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혹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드러내기(노출)가 엄청난 돈이 된다는 건 우리 사회의 훔쳐보기(관음) 정도가 극심하다는 걸 입증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너도 나도 벗겠다는 판에 김광규의 '어머니의 몸'(단칸방에 살면서/시래기나물로 끼니를 때워도/누더기 옷일망정 몸 가리기/목숨처럼 소중히 여기지 않았느냐)을 떠올리는 건 너무 고루한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