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내수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요즘 모자 전문업체인 다다실업의 박부일 회장(61)은 다른 기업인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산품 전량을 해외에 내다 파는 1백% 수출기업이어서 내수 걱정을 안해도 되는데다 30여년간 모자 생산에만 전념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다실업은 지난해 1천3백56억원(1억1천6백71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세계 스포츠모자 시장점유율 45%를 기록했다. 다다실업 제품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 유수의 스포츠 패션업체와 미 프로야구(MLB) 프로농구(NBA)등 4대 리그에 공급되고 있다. 박 회장이 수출에 전력을 쏟게 된 건 열악한 내수시장보다는 전망이 밝은 미국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지만,연세대 재학중 경제원론 교수로부터 들은 한마디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6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였습니다.이 때문에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교수님의 말이 두고두고 기억됐습니다." 박 회장은 대학졸업 후 수출업무를 배우기 위해 수출품 생산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뒤 독립해 건축자재 중개무역업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역업은 뿌리가 없는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74년 다다실업을 설립했다. "73년 쯤이었는데,미국에 갔을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자를 즐겨 쓰는 걸 보고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회장은 서울 신림동 공장에 미싱 5대를 설치해 놓고 모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치열한 가격 경쟁과 수출 쿼터제한,해외투자 실패 등으로 사업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 좋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위기상황이 오히려 성장의 밑걸음이 됐다고 해석했다. 지금은 최대 경쟁사였던 영안모자가 중장비와 서비스 산업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모자업계에서 국내외를 통틀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다실업의 성공 비결은 개발력과 정확한 납기,좋은 품질로 요약된다. 박 회장은 모자 무늬가 페인팅 형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 고가의 자수기계를 과감히 도입,고품질 제품시장을 선도했다. 바이어가 원하면 제품의 난이도가 아무리 높아도 무조건 만들어내는 걸 철칙으로 삼았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쌓인 기술력과 노하우로 다다실업은 미국에서 모자관련 특허만 27종을 획득했다. 특허출원까지 합치면 모두 2백50여가지. 2년 전엔 미국 회사에 특허를 빌려주고 모두 55만달러의 로열티를 받을 만큼 다다실업은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상공의 날을 맞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데 이어 6월에는 본사 박성배 사장이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는 등 모자 전문회사로서의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핸드백 케주얼웨어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인 박 회장은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업이 많아야 국가가 부강해진다"며 "사업영역을 섬유제품 전반으로 넓혀 다다실업을 '섬유왕국'으로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