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Vision)은 목표지점이 찍혀 있는 큰 지도다.


목표가 얼마나 먼 곳인지를 알려주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지를 가르쳐주는 장점이 있다.


개인이나 회사나 나라나 모두 마찬가지다.


비전이 없으면 지도 한 장 없이 길을 떠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 산업계가 꼭 그 꼴이다.


새 밀레니엄으로 넘어온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10년뒤, 20년뒤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를 찾아내지 못했다.


세계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고, 사업한 만큼 이득을 남기고, 고용을 새롭게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주도산업을 새롭게 찾아야 하는 과제가 우리 어깨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90년대말 불었던 벤처붐은 연기가 나지 않는 산업쪽으로 비즈니스 트렌드를 몰고 갔지만 결국 그 거품은 꺼졌다.


오히려 그 와중에 우리 경제를 40여년 견인해온 제조업만 굴뚝산업으로 내몰아 한구석에 처박아두는 오류까지 범했다.


여기다 경제위기 이후 축소지향의 구조조정에 지친 경제주체 모두가 근시안적인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면서 중장기 비전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갖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대기업들은 경영환경이 불안하다며 투자를 미루고 노동조합들은 경기가 좋건 말건 내몫은 챙겨야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단기적인 경기부양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다행히 분위기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라는 비전을 내놓고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도약을 도모하는 기획에 시동을 걸었다.


각 기업들도 이전의 구조조정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질적 성장을 목표로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릴 산업 신성장 엔진을 찾는 작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확산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 인식은 우선 제조업 중심의 주력기간산업 육성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지식 물류 등 각종 서비스 산업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으로 성장해온 나라에서 제조업 기반을 굳건하게 다져 놓지 않으면 제조업 경쟁력도 잃고 다른 산업의 동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자원부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주력기간산업 발굴이 대표적인 예.


지난 40여년 성장을 주도하고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룰 △기계ㆍ플랜트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섬유패션 산업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자는 비전이다.


이들 6대 주력 산업은 현재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12%, 총수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구조조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제대로 비전을 세워 정비하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는 것이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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