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철도노조가 전격적으로 파업철회 방침을 발표하던 시각,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건설교통부의 주요 현안인 '국민임대주택 특별법' 제정안이 표결에 부쳐지고 있었다. 건교부는 지난 3월 여·야·정이 법 제정에 합의까지 해놓은 터라 본회의 통과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더구나 입법과정에서 반대했던 환경부조차 본회의 직전 열린 법사위에서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선에서 이를 수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표결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찬성 57,반대 80,기권 20표로 법안은 부결(否決)됐다. 집 없는 서민을 위해 값싼 임대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정책 명분은 그렇다치더라도 환경부와 환경단체를 설득하기 위해 그동안 건교부가 들인 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후 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기자실에 들러 철도파업 철회에 대해 "성숙한 시민정신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특별법이 부결된 이유에 대해서는 "명분도 충분했는데 너무 방심했다. 천려일실(千慮一失)한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특별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직후 곧바로 본회의가 열렸고,대부분 의원들이 환경부와 합의한 사실조차 모른 채 반대토론만 듣고 투표를 하다 보니 결국 반대표가 과반수를 넘어섰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었다. 건교부로서는 땅을 칠 일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화물연대-지하철 3사-철도노조로 이어진 연쇄 파업과 고속철도·외곽순환도로·경인운하 등 국책사업 논란,집값 안정 대책 마련 등으로 건교부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인 '5년간 국민임대주택 50만가구 건설'은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최 장관은 "전날 간부회의에서 '사자가 토끼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말을 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는데 특별법 부결은 생각할수록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주택 서민의 주거복지 문제는 건교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뼈아픈 '방심'이었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