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동국대 김철호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X 단백질'(HBx)이 암 억제 유전자 'PTEN'의 발현을 저하시킴으로써 간암 생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알아냈다고 1일 밝혔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암 전문지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최근호에 게재했다. 지금까지 B형 간염이 간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으나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규명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로 암 억제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간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X 단백질을 과다 생성시킨 간세포를 배양해 관찰한 결과 정상 간세포에서보다 세포 증식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등 각종 암 세포의 형성과 성장을 억제하는 데 관여하는 PTEN 유전자의 발현이 X 단백질에 의해 크게 감소됐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X 단백질은 PTEN의 활성을 유도하는 'p53' 단백질과 세포질 내에서 결합한다"며 "X 단백질과 결합된 p53 단백질이 세포핵 안으로 유입되지 못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PTEN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p53 단백질과 X 단백질의 결합을 억제하는 약물 또는 PTEN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물질 등을 개발,간염 바이러스로 인해 유발되는 간암의 치료와 예방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