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에 제2의 '물류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열차의 운송 중단으로 수출입 화물의 적기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특히 철도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의 경우 지방 출하기지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화물연대 소속 트럭 운전사들이 기존 철도수송 물량의 전환분에 대해서는 트럭 수송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업체들의 물류 타격이 예상밖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철도파업으로 30일 현재까지 경인컨테이너기지(ICD)의 수출 컨테이너 처리 차질 물량이 1백72TEU(20피트 컨테이너)로 집계됐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철도 수송 비중이 높은 가전 화공 유류 석탄 펄프 등의 수송이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시멘트업계의 피해가 가장 크다. 철도 화물수송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철도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크다. 특히 지방출하기지(시멘트 보관창고)의 재고 부족으로 건설현장의 시멘트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철도 수송 비율이 70%로 가장 높은 한일시멘트는 당장 1일부터 대구 부곡 등 지방출하기지의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고 밝혔다. 쌍용양회의 경우 청주 물류기지에선 이미 시멘트 재고가 바닥났으며 단양공장 생산량의 58%를 철도로 나르는 성신양회도 출하기지 재고 물량이 2∼3일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체 운송 수단인 벌크트럭으로의 교체는 물류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쌍용양회의 경우 추가 비용이 하루 7천만원이라고 아우성이다. 동해와 영월공장의 시멘트를 출하기지까지 벌크트럭으로 실어나를 경우 t당 6천원 정도 수송비가 늘어나는 데다 시멘트 연료인 유연탄 수송비도 t당 8천3백원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출하와 관련된 직접적 피해가 아직까진 미미하다. 선적순으로 긴급 물량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육송 및 해송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경인ICD 컨테이너 적재공간과 빈 컨테이너 확보가 어려워져 출하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루 1백30∼1백50FEU(4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컨테이너를 경인ICD에서 부산항으로 수송한다. 이 가운데 철도를 이용하는 물량은 전체의 20% 정도.삼성전자는 철도파업 이후 중량물(컴프레서 등 부품적재,하루 평균 2∼3FEU)만 철도로 운송하고 나머지 물량은 운송사와 협의해 육상교통으로 전환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철도를 이용,울산공장에서 서울 성북출고센터로 1일 1회씩 1백80대의 승용차를 운송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파업 탓에 30일부터는 승용차 운송전용 트레일러로 교체해 피해를 보지 않고 있다. 아산공장에서 울산항으로 실어나르는 운송 수단도 철도가 아니라 트레일러여서 수송에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