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줄리 매직씨(37.한국명 서미금)는 이곳에서 '잘 나가는' 상인으로 통한다. 남편인 앤드류 매직씨와 함께 알짜점포를 운영하면서 연간 12만~18만달러(1억4천만~2억5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의 점포가 알짜라고 하지만 일정 규모를 갖춘 오프라인식 점포가 아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www.ebay.com)'안에 있는 사이트가 바로 그들의 알짜점포다. 이 사이트에서 이들 부부는 골프용품과 스포츠 의류,캠핑용품 등을 경매로 팔면서 거금을 모은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이베이가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한 '이베이 라이브(eBay Live!)'에서 만난 서씨는 "이베이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 성공했다"며 활짝 웃었다. ◆소상인 천국 '이베이 공화국' 전업 주부였던 서씨의 성공은 97년 봄 우연히 찾아온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수집용 물건이 이베이에서 잘 팔린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집에 쌓여 있던 야구 카드를 사이트에 올려봤다. 야구광인 남편이 받은 선수 사인 카드가 35달러에 팔리는 것을 보고 서씨는 놀랐다. 서씨는 여기서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했다. 재미를 붙인 서씨는 재고 스포츠의류를 싸게 떼어다 팔았다. 장사가 번창하자 연방 은행감사원으로 일하던 남편도 연봉 7만5천달러짜리 직장을 접고 동참했다. 서씨는 "우리 사업은 인근 동네가 아니라 전세계 손님을 상대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다. 이베이 라이브에서는 서씨 같은 '파워셀러'(월매출이 일정액 이상이며 평가점수가 높은 우수 판매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창고에 나뒹구는 중고품을 높은 값에 팔았다는 대학생,재고를 처분하지 못해 발을 구르던 중 이베이가 내려준 '구원의 동앗줄을 잡았다'는 영세기업인 등. 이베이 성공담은 곳곳에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판매자,구매자,등록물건 수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이베이 이용자는 6천8백만명. 이베이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만 15만명 이상이 '이베이 판매'만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이베이 사업자에는 12세 소년부터 90세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분포돼 있다. 지난해 성사된 거래액 1백47억7천만달러 중 97%가 개인이나 중소 사업자들의 몫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베이에서 성공하기 그렇다고 이베이가 누구에게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백개의 매물을 올려 놓고 하나도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베이 유니버시티의 학장으로 불리는 짐 그리피스씨는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수수료만 날린다"고 말한다. "이베이는 투명한 시장입니다.누가 어떤 물건을 올리고 어떻게 소개하는지,얼마에 팔리는지 한 눈에 보이죠.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비즈니스를 철저히 분석하고 활용해야 합니다.따라할 것과 따라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해요.일단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헌신해야 합니다.장부를 적고 일주일,한 달,분기별로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관련 법률,재고관리,영업비용 등 기본 지식도 갖춰야 합니다." 국내에서도 '옥션'을 통해 수많은 일반인들이 사업가로 변신하고 있다. 이베이 라이브에 참석한 이재현 옥션 사장은 "옥션 역시 소자본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무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랜도(미국)=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