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의 파업은 끝났다. 그러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노노(勞勞) 대립'이다. 신한은행의 신임 노조위원장은 지난 24일 취임식에서 "조흥은행은 합병하기 전 인력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합병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합병 자체를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위원장이 구조조정 얘기를 꺼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25일 밤에는 신한은행 전 직원이 참여하는 촛불시위까지 벌였다. 조흥은행 노조는 이에 대해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할 노조위원장이 오히려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두 노조 모두 한국노총 및 금융노조 산하단체다. 정규직 대부분이 노조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양 은행 직원들이 '노조'의 이름을 빌려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두 은행과 관련된 인터넷 게시판마다 서로를 비난하는 막말로 도배되고 있다. 조흥은행 노조가 합병 반대의 명분중 하나로 내세웠던 조흥·신한간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 합병에서 직원들간의 '화학적 통합'은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통합된 지 2년이 다 되도록 양 노조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진통을 줄이기 위해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합병 전에 미리 서울은행 노조위원장을 만나 서울은행 출신 인사부장 임명 등을 약속하며 노조 달래기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조흥·신한간 통합의 경우 국민·주택은행 합병보다도 훨씬 커다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업기간중 조흥 노조가 '신한은행은 결국 불덩이를 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처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투쟁의지를 불태우는 조흥은행 직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조흥·신한은행은 2∼3년 후 합병하게 되면 총자산이 1백49조원으로 늘어나 국내 2위로 올라선다. 이처럼 거대은행이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또다시 국민을 볼모로 한 투쟁의 도화선이 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조재길 경제부 금융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