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총파업이 진행된 조흥은행 본점 농성장은 협상안에 관한 최종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조합원 전체 찬반투표가 가결되고, 파업종료가 선언되자 눈물바다로 변했다. 조합원들은 `조흥은행 매각철회'라는 목표 하에 투쟁을 전개해왔던 지난 8개월을 회상하며, 비탄에 빠졌고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종료가 선언되기 전 농성장을 빠져나가겠다며 이를 제지하는 노조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총파업 마지막 집회가 진행된 농성장에 분회별로 모여앉은 조합원들은 비탄에 잠긴채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는 동료들을 위로했고, 단상의 노조 지도부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노조원은 "정부가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채 한 평생 일해왔던 은행이 외국 투기 자본에 매각된다는데 분노, 은행을 지키기 위해 지난 8개월간 정말 열심히 싸워왔고, 총파업까지 진행했는데, `매각철회'를 이루지 못하고 협상안이 가결되니 더없이 허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노조원은 "협상안의 문구 하나하나가 너무 모호해, 은행을 물론, 모든 것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답답하다"며 "겨우 이것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투쟁해왔던건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한 노조원은 "현실적으로 매각철회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란건 이미 모두 마음 속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우리 손으로 뽑은 노조 집행부를 믿고,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그들이 만든 협상안에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 파업종료가 선언되자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옷가지와 침낭 등 짐을 가득 든 채 30여분만에 썰물처럼 모두 농성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이날 오전 5시께 3차 노사정 협상중 허흥진 조흥은행지부장은 9개항에 걸친 협상안을 갖고 농성장으로 돌아와 협상 내용을 지회장과 분회장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전달했고, 조합원들은 협상안에 대한 전체 찬.반 투표를 통해 협상안 승인 여부를 최종결정했다. 허흥진 지부장은 투표진행중 "오늘 협상은 정부와의 마지막 협상이고, 더 이상 협상 기회는 없다"며 "진실로 우리 조합원을 위해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판단, 조흥은행과 우리 모두의 운명을 위해 냉철한 선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투표결과 참여 조합원 5천37명 중 3천148명인 59.9%가 협상안 통과에 찬성, 협상안이 가결됐다. 한 노조간부는 "비록 과반수 이상이 협상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찬성을 했건 반대를 했건 그 일원으로 자긍심을 가진 조흥은행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조합원들은 모두다 허탈하고 억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안이 조합원들의 총투표에 의해 가결됨에 따라 조흥은행 파업 노사정 협상은 최종타결됐고, 노조는 공식적인 파업종료를 선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