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회사는 조흥은행 인수로 단숨에 국내 2위의 '메가 뱅크'로 도약하게 됐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활동하던 재일교포들이 모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십시일반(十匙一飯) 은행을 세운 지 꼭 21년 만의 일이다. 반면 지난 1897년 '한성은행'으로 출발,국내 최장인 1백6년의 전통을 지켜온 조흥은행은 신생은행에 피합병되는 아픔을 겪게 됐다. 금융산업노조와 신한지주측이 '합병시 존속법인은 조흥은행으로 한다'고 합의한 데 따라 조흥은행의 1백6년 역사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조흥맨'들은 씻지 못할 상처를 가슴 속에 남기게 됐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지난 3월 말 현재 총자산은 각각 74조4천억원과 74조8천억원.둘을 합치면 1백49조2천억원으로 국민은행 2백19조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 탄생한다. 두 은행의 합병은 3년 후에나 현실화하겠지만 그 사이 양측은 똑같은 신한지주의 자회사로서 경영 전략을 공유할 것이기 때문에 통합은행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로써 총자산 1백조원 이상의 대형 은행은 우리은행(1백7조원)까지 포함,3개로 늘어나게 됐다. 작년 12월 서울은행 합병을 통해 조흥과 신한을 제치고 89조원짜리 준(準)대형 은행으로 부상했던 하나은행은 덩치키우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중간 크기 은행으로 남아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압도적인 덩치를 무기삼아 예금·대출금리 등에서 시장지배자로서의 권리를 향유해온 국민은행도 만만치 않은 강적을 만나게 됐다. 외환,한미,제일 등 몸집이 작은 은행들도 전략적 판단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외환은행은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와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며 자본확충을 계획 중이다. 조흥은행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제일은행도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두 은행 합병시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장점(높은 수익력)과 조흥은행의 강점(저금리성 예금과 우량 점포망)이 상승효과를 내면 국민은행을 견제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합병 은행의 직원수는 신한 4천5백66명,조흥 6천6백29명 등 모두 1만1천1백95명이다. 점포는 각각 3백48개와 5백69개로 중복 점포 60여개를 제외하면 8백∼9백개로 확대된다. 다만 신한과 조흥이 화학적 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 또 신용카드 대출 등 그간 누적된 부실을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등이 통합의 성패를 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