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에 강한 신한은행이 도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조흥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금융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급격히 위축된 기업금융시장이 더욱 움츠러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또 우리은행 등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 은행이 소매금융에 주력하고 있어 기업금융 편중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선정된 29개 주채무계열 가운데 단 한 개 계열의 주채권은행도 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신한은 지난해에도 대기업 계열 주채권은행을 맡지 않았다. 반면 우리은행은 전체의 절반 가까운 14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으로 선정돼 기업금융에 관한 한 전체 시중은행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정보를 종합 관리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지도하게 되는 주채무계열의 주채권은행은 여신 규모와 기업체 의견 등을 반영, 결정되는 만큼 주채권은행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대기업 여신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채무계열은 그룹별 신용공여 규모가 금융권이 전체적으로 집행한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2003년엔 삼성 LG SK 등 29개 그룹, 2002년엔 35개 그룹이 각각 대상으로 선정됐다. 우리은행 외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6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으로 선정됐고 외환은행은 4개 계열, 하나와 조흥은행은 각각 2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으로 지정됐다.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은 계열은 KT계열 1개 뿐인 것으로 나타나 소매금융에 강한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제일은행은 2002년 SK와 삼보컴퓨터 등 2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이었으나 2003년에는 하나도 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SK계열은 하나, 삼보컴퓨터계열은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이와관련, 금융계에서는 뉴브릿지에 매각된 후 소매금융을 강화하고 있는데 따른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올해 SK계열의 주채권은행 역할을 맡자마자 SK글로벌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른 데서 보듯 소매금융에 주력하는 은행들은 가급적 주채권은행을 맡지 않으려 한다"고 기업금융 기피 분위기를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