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급속하게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의미 있는 일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서 조직을 만든다. 규모면에서 볼 때 조직은 작은 조직과 큰 조직으로 나눌 수 있다. 작은 조직은 '태스크(task)지향적'이지만,큰 조직은 '프로세스(process)지향적'이다. 작은 조직에서는 한사람이 한가지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한다. 한사람에게 그 일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그 사람이 일처리를 잘못하는 경우에는 조직 전체가 그 일을 잘못하는 것이 되며,만약에 그 일이 중요한 일일 경우에는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에 한사람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여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작은 조직에는 이러한 종류의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이나 초기 벤처기업에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에 큰 조직에서는 한사람이 할 수 없는 큰 일을 여러 사람들이 프로세스로 나누어서 처리해 나간다. 즉,한사람이 한가지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각자가 각각의 프로세스를 담당하고,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큰 조직에는 서로 협력하면서 큰 일을 해나가는 데서 성취감을 느끼는 프로세스 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사람의 성향과 조직의 규모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에 생겨난다.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이 큰 조직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자신이 맡은 부분을 잘 처리했는데도 다른 사람이 맡은 부분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불만에 빠지고 좌절하게 된다. 프로세스 지향적인 사람이 작은 조직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일을 해나갈 때 도와주는 사람이나 지원 조직 없이 혼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해한다. 또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는 데서 오는 과중한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조직이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로 급속하게 발전하는 경우에는 위의 두가지 문제가 동시에 벌어진다. 기존의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들은 프로세스 지향으로 변화하는 조직에 적응해야 하며,새로 영입되는 프로세스 지향적인 사람들은 아직도 태스크 지향적인 요소가 남아있는 조직에 적응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단순한 사회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경우에도 사회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이러한 경우에 조직의 장이 해야 할 일은 조직원들의 특성을 파악해서 적절한 일을 맡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조직에서 능력은 있지만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이 있다면 다른 조직과 관련이 적은 특별한 임무를 맡기거나,새로운 조직을 셋업하는 일을 맡길 수 있다. 또 조직 전체가 작은 조직에서 큰 조직으로 변화를 하는 경우에는 조직원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주지시키고,조직원들이 변화하는 조직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개인도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거기에 적합한 일을 찾아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거나,현재 자신이 속한 조직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태스크 지향적인 사람이,안정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아진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프로세스 지향적인 사람이 일확천금의 꿈을 가지고 벤처기업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급속하게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조직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직 스스로가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치밀한 변화관리를 통해서 성공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이는 하나하나의 작은 성공은 우리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cahn@ahn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