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근(鄭大根) 농협중앙회장은 17일오전(한국시간 17일오후) 수파차이 파닛팍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과 관련한 한국 농민의 입장을 전달했다. 정 회장은 농업협상의 주요 골격을 규정하는 모델리티(modality:세부원칙) 초안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보다 관세와 보조금 감축 폭이 2-3배가 높은 비현실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하면서 모델리티 초안의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정 회장은 따라서 관세와 보조금의 감축은 UR 방식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져야하며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배석한 유병린 농무관은 전했다. 정 회장은 특히 "한국 농업은 UR 이후 농산물 수입의 급증과 지난 97년의 외환위기로 도농간 소득격차 확대, 농가교역조건 악화 등으로 인해 농가경제가 UR 때 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DDA 협상에서도 한국 농업의 개도국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인 400만 한국 농민의 뜻이자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파차이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농업이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DDA 협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WTO 회원국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말했다. 수파차이 사무총장은 또한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5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농업 뿐 아니라 공산품 시장개방 협상 등에 관한 모델리티의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어려운 제약 조건하에서 협상에 신축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16일 스튜어트 하빈슨 농업협상 특별회의 의장과 만나 한국 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고 개도국 지위 인정과 UR 방식에 따른 관세와 보조금의 점진적인 감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WTO의 주요 회원국들은 오는 21-2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비공식 소규모 각료회의를 열어 교착상태에 있는 DDA 농업협상 세부원칙에 관한 절충을 모색할 예정이다. WTO는 카이로 소규모 각료회의의 논의결과를 토대로 오는 26일부터 7월1일까지DDA 농업협상 특별회의를 소집, 세부원칙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