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3년을 하루 앞둔 지난 주말 군사분계선에서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식이 있었고,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는 한·미·일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가 열려 북한의 마약·위조지폐 제조·유통 등 불법행위에 공동으로 적극 대처한다는 합의가 나왔다. 둘다 남북문제 관련 이벤트라는데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방향성은 적잖이 상충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날 있었던 두 행사는 이 시점에서의 남북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수사까지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닐게 분명하다. 그럴수록 기교가 아니라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긴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북한핵문제도 여기서 예외일 순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제시한 원칙은 절대로 북한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과 문제를 외교적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이라고 봐 이론(異論)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에 정부가 얼마나 확고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느끼게 되는 때도 결코 없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방문 전, 방미시, 귀국 후, 그리고 방일시에 제각기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던 점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핵은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절대로 '조정자'일 수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사표시에서 보다 분명하고 용감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그렇고 미국에 대해서도 그렇다. 사안의 본질이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보면 이쪽 저쪽 눈치를 봐서는 안된다. TCOG회의에서의 합의사항이 이 회의에 앞서 우리 정부 참여없이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10개국 회의 결정의 복사판이란 점은 심각한 문제다. 합의의 옳고 그름에 앞서 그런 결정에 우리가 구경꾼이어서는 곤란하다. 미국과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을 동시에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에 대해 쌀지원 등 모든 남북경협이 북핵해결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동시에 한국 참여없는 여하한 형태의 대북제재 결정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미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과 미국 그 어느쪽도 한국정부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