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없는 사나이'의 주인공 맥클라인은 자신에게 집착하던 제자의 난폭운전으로 심한 화상을 입은데다 그를 성폭행했다는 누명까지 쓴 채 살아가는 전직 교사다. 마을 소년 찰스는 우연히 그가 교사였던 걸 알고 공군사관학교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다. 찰스의 실력은 부쩍 향상되고 둘 사이엔 믿음과 사랑이 쌓이지만 그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지닌 사람들은 그에게 떠나도록 요구한다. 억울해하던 맥클라인은 그러나 자신이 승복하지 않을 경우 시험을 앞둔 찰스가 불려와 증언해야 하는 등 고생할 걸 우려해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자기 입장에 대한 해명보다 제자의 앞날을 걱정하고 지키는 게 우선이었던 것이다. 흉한 얼굴의 영화주인공이 떠오른 건 우리 교육 현장에선 학생의 수업권이나 미래보다 교사의 입장이 강조되는 일이 잦은 게 아닌가 싶어서다. 재단 비리에 항의해 시위하고 수업을 거부한 교사들에게 학생의 수업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에 반대, 연가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게 우리 실정이다. 국내의 교육 체제나 학교 운영상 비합리적이고 따라서 시정해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 따른 문제도 많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교사의 본분은 가르치는 일이다. 학교가 학원과 다른 점은 학업지식 외에 양보와 협동심같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덕목을 키워주는 것이다. 공교육의 경우 특히 보편타당한 기본가치관을 길러줄 책무를 지닌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단을 벗어나 거리로 나서고 편을 갈라 집단행동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편향적 시각을 주입하는 건 곤란하다. 학생들에게 교육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는 건 물론 삶과 세상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맥클라인은 "왜 가르쳤느냐"는 질문에 "가르칠수 있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수업권이 지켜져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