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좋은 때는 장부상 적자로 대외 이미지가악화되고 실적이 엉망일 때는 흑자로 법인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통상 대형선박 확보를 위해 엄청난 외화 부채를 떠안고 있는 국내 외항 해운업계가 매년 반복되는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제표 왜곡을 막기 위해 현행 회계제도의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계의 재무제표는 현행 회계기준상의 불합리한 외화환산손익 처리 방법 때문에 매년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심각한 왜곡 현상이 발생해 실제 영업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외화환산손익이란 해운업계처럼 수억달러의 선박을 현금 거래없이 해외 파이낸싱을 통한 장기계약으로 구매할 경우, 매년 환율 변동에 따라 부채액 규모가 달라져발생하는 손익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 해운사들은 지난 99년 환율 하락으로 수출물동량이 감소해 실질 경상이익은 796억원에 그쳤으나 가공의 외화환산이익으로 인해 재무제표상의 경상이익은 4천929억원까지 부풀려졌다. 반대로 지난 2000년에는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고 실질 경상이익도 1천149억원에 달했으나 9천345억원에 달하는 외화환산손실로 인해 오히려 8천196억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계상됐다. 그 결과 실제 실적이 좋지 않음에도 회계상 경상이익이 발생해 법인세 부담으로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가 하면, 반대로 실적은 좋아졌는데 회계상으로는 경상적자를 기록해 기업 신뢰도가 훼손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이같은 문제는 현행 기업회계기준이 업종 구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데 따른것으로, 해운업계는 회계기준 결정권을 갖고 있는 한국회계연구원에 이른바 `해운업회계처리준칙'을 별도로 제정해 주거나 최소한 외화환산손익을 이연, 상각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선박구매가 대부분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은 당연히 환리스크가 없고 유럽과 일본도 상대적으로 외화환산 문제가 덜 심각하다"며 "국내 해운업계의 경쟁력은 물론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쳐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선주협회는 이날 서울 전경련 회관에서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 이남주한국회계학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운업의 외화환산회계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