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처음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운용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면서 부총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리더십이 확실해야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얘기라 생각된다. 난국에 처해 있는 경제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면 강력한 정책의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부처의 경제정책, 예컨대 노동정책과 통화정책은 보기에 따라서는 전혀 별개일지 모르나 국민경제에 대한 현실인식과 방향감각이라는 차원에서 조화를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조정이 필요하다. 나웅배 전 부총리나 사공일 전 재무장관 등이 "불투명한 정책조정과정을 정비하기 위해 경제정책은 부총리를 중심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게다. 노무현 대통령도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지만 '힘의 수위'는 다소 낮은 것 같다. 대통령은 "한국은행 공정위 금감위의 독립은 반드시 인정해주려 하며 예전처럼 경제부총리가 일관성있게 이끌어가는 것은 의견교환으로서만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2∼3년 정도는 지나야 새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이 발언은 이전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가 금융,대기업규제,통화정책 등 대부분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했지만 참여정부에서는 부처간 견해조정이라는 최소한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은행 등 일부 기관이 독립성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그 독립성은 전체 경제정책과의 조화라는 테두리 내에서의 독립성이지 기관 하나하나가 다른 정책을 도외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협의와 조정은 분명히 필요하고 이를 위한 강력한 구심점도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사정은 한시가 급한데 5년임기 정부에서 2∼3년씩이나 걸려 새로운 운용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는 부총리 자신도 보다 적극적으로 뛸 필요가 있다. 법인세 인하 문제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문제 등에서 나타났듯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해서 그냥 손을 놓고 있어선 곤란하다. 절실한 필요성이 있는 정책이라면 부총리가 적극 나서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도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부총리를 바꾸든지 아니면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다. 거듭 말하지만 경제운용은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