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석유화학 매각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있다. 12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우리은행이 중심이 된 채권은행단과 현대유화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은 본계약 이행시한을넘긴 지금까지도 인수후 세부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유화에 지원한 부채 탕감에 반발하고 있어매각작업의 또다른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컨소시엄은 당초의 '추가손실부담 불가' 원칙에서 한발 물러서채권단과 현대 계열사의 부채를 떠안기로 했지만 LG화학과 호남유화 주주들이 이같은 수정안에 동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인수후 운영방안 '오리무중' = LG와 호남은 현대유화를 인수한 후 품목별로나눌 것인지, 아니면 단지별로 나눌 것인지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당초 현대유화의 NCC(나프타 분해시설) 1호기는 LG가, 2호기는 호남이 가져가는식의 단지별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는 것이컨소시엄측의 공식 입장이다. 발전설비 매입에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NCC 1호기와 2호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는 각각 외국계 전력회사인 사이드와 현대중공업이 소유하고 있는데 컨소시엄은 두 발전소를 매입해야 공장을 돌릴 수있다. 매입금액도 각각 1천700억원, 2천억원에 달하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밖에 영업사원 재배치, 유틸리티 분리 사용, 각 시설에 대한 가치산정 등 분리경영을 위한 세부 준비사항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이처럼 컨소시엄의 인수 후 운영계획이 늦어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 공정위는 당초 이번주 내 최종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23일 이후로 미뤘다. ◆컨소시엄, 현대계열사 부채탕감 안해도 좋다 = 채권단과 LG-호남 컨소시엄은옛 현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유화 채권에 대해 탕감없이 전액 인수하기로의견을 모았다. 이는 계열사들의 부채탕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현대유화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인 셈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최근 현대유화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2금융권에 "이해 당사자인 컨소시엄과 현대 계열사들이 직접 접촉해 빚 탕감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내용이 담긴 문서를 발송, 서면결의를 받아내는 등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대 계열사들은 '부채탕감 절대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은 기업 구조조정촉진법 적용대상도 아니며 특히 채권단 주간사인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이 지난 1월 매각 본계약을 맺을 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빚 탕감을 결정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대계열사중 가장 많은 채권(2천37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채권단 결정대로라면 약 518억원을 탕감해야 한다. 채권단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들의 전체 채권3천340억원 가운데 872억원을 탕감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호남유화의 한 고위관계자는 "872억원의 추가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현대유화를반드시 인수한다는 계획"이라며 "우리은행, 현대 계열사들과 계속 협의해 최종 부담금액을 최대한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주주반발 예상 = 컨소시엄이 전향적으로 현대계열사 채권액을 탕감하지 않고 떠안기로 했으나 LG화학, 호남유화의 주주들은 예상치 못한 추가부담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SK㈜의 SK글로벌에 대한 외상매출채권 출자전환을 놓고 '주주가치에위배되는 조치'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여론을 감안할 때 현대유화 인수에 가욋돈이들어갈 경우 이사회 통과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유화업계의 한 재무담당 관계자는 "LG와 호남의 현업부서 직원들과 이사진의 일부는 현대유화 인수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감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LG화학 이사들은 추가 부담금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현대 계열사와 LG-호남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각을이루고 있어 이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기자 passi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