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사전적 뜻은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된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의 사람들'이다. 특정세대가 특정시대를 규정짓거나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힘의 집단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베이비붐세대나 4·19세대 등 사건 위주로 불리던 세대의 명칭이 특성 중심으로 바뀐 건 미국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X세대'라는 소설을 펴내면서부터다. 쿠플랜드는 당시 20대인 주인공들을 통해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으면서도 출세나 돈 가정에 관심이 없고 소비지향적이고 이기적인 젊은층을 X세대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65∼76년 산업국가에서 태어난 세대를 통칭하게 됐던 것이다. X세대 이후 미국에서는 매사에 부정적이던 X세대와 달리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Y세대가 출현했고, 곧 이어 인터넷에 삶의 기반을 둔 N세대가 나타났다.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N세대가 독립심과 개방성,포용성,분방한 표현과 강한 주장,탐구심,상업주의에 대한 민감성 등 기존세대와 다른 성향을 지니며 무엇보다 지금(Now) 새롭게(New) 나타나는 정보에 집착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N세대가 급부상한 가운데 우리 사회ㆍ경제의 주축은 17∼39세의 비교적 폭넓은, P세대라는 분석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제일기획이 '대한민국 변화의 태풍-젊은 그들을 말한다'는 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집단을 '참여(Participation)'와 '열정(Passion)'을 바탕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Paradigm-shifter)'하는 P세대라고 명명했다는 것이다. P세대는 감성과 이성적인 면을 두루 갖추고, 다양성에 바탕을 두며,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과 즐거움을 추구하지만 집단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고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 부정적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X·Y세대나 N세대처럼 P세대도 시대와 사회의 산물일 것이다. 스스로를 사회 변화의 주역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들의 힘이 모쪼록 '잘한 건 내덕,못한 건 네탓'이라는 식의 극단적 이기주의에 흐르지 않고 건강하고 밝은 사회 건설에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