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 < 서울옥션 대표이사 soonung@seoulauction.com >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노라면 홉스가 얘기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생각난다. 인간은 오로지 자기보존을 위한 이기적 본성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이나 집단들이 서로 대립하고 다투게 된다. 환경이 어려울수록 다툼은 심해지고 옳고 그름이 없는 '이해(利害)'를 창(槍)으로 삼고 '명분(名分)'을 방패(防牌)로 삼는 투쟁이 일어난다.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기고 우리의 마음은 분노와 화로 가득 차고 웃음을 잃어버린다. 얼마나 우리 국민들이 화로 들끓고 있으면 틱낫한 스님의 '화'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 틱낫한 스님은 화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거울을 보고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으라고 했다. 웃음이라는 신체적 행동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웃음은 사실 웃는 사람은 물론 상대방도 변화시키는 신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요즘 미국에는 경영에도 웃음을 도입하는 것이 유행이란다. 경영이란 본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인인데 여기에 웃음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웃음을 무기로 고객을 공략하는 기업의 효시였는데 이에 자극 받아 델타 항공,쉘 주유소,BOA 등으로 빠르게 유머경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웃음만큼 긴장을 늦추게 하는 것이 없다. 그리고 상대가 방심하게 되면 어떤 무기로도 쉽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반면 긴장이나 적개심은 상대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싸움을 만들어 버린다. 이런 점에서 웃음을 선사하는 기업들의 매출이 요즘 같은 불황기에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중국의 언어학자이자 수필가인 임어당(林語堂)은 1차대전 때 독일황제 빌헬름 2세가 전쟁에서 지고 제국을 잃은 것은 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웃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얼핏 보기엔 아이러니다. 그러나 웃음만큼 상대방을 제압하고 나를 보호해 주는 무기는 없다. 스페인 속담에 '사랑을 창으로 삼고 유머를 방패로 삼아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속담이 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도,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도 웃을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