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기업의 신용 불안이 커지면서 은행권 대출이 사실상 동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발 신용 위기가 가계와 기업 여신의 부실화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대형시중은행들은 앞다퉈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거나 아예 대출 잔액을 축소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 국민은행 대출 증가율 대폭 하향조정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2.4분기 들어서도 가계와 기업 부문의연체율이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자 '연체율 관리'를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아 중소기업 대출을 억제하고 가계 자금도 제한적으로 풀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올해 가계 대출 증가율을 당초 목표 12∼13%선에서 명목 GDP 성장률 수준인 8% 이내로 하향조정하고 기업 대출 증가율은 11∼12%선에서 실질 GDP 성장률 수준인 5%선에서 억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대출 억제 방침은 5월 말 현재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이 각각 4%와 2.8%로 3월 말의 3.74%와 2.7%보다 올라가는 등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 건전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의 원화 대출금(기업 및 가계 대출) 월별 증가액은 1월 9천674억원, 2월 9천106억원에서 3월 1조6천639억원으로 치솟았다가 4월 8천215억원, 5월 7천364억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을 중심으로 대출을 자제하기로 방침을 이미 정했거나 대출 증가율 목표를 한 자리 수로 끌어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IMF 사태 이후 은행권 대출이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올해에는 한 자리 수로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앞으로 은행 경영의 중점이 `성장'보다는 `관리'에 놓여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중소기업 대출 기피 현상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급속히 얼어 붙고 있다. 국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이 5월 말 현재 39조1천858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36조7천437억원에 비해 6.6%의 증가율을 보임에 따라 증가율을 5%대로 억제하기로 하고`디마케팅(Demarketing)'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월별 증가액이 지난 4월 1조800억원과 3천500억원에서 5월에는 7천500억원과 1천500억원으로 각각 30%와 57%나 줄었고 신한은행은 4월 5천340억원도 5월 5천900억원으로 소폭의 증가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 4월 말 2.94%에서 한 달 만에 3.3%로0.36% 포인트가 상승함에 따라 대출 심사 강화를 통해 부실 업체 밀어내기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모텔이나 러브호텔을 비롯해 음식과 부동산 등 서비스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경기에 민감한 데다 최근 연체가 높아지고 있어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히고 "아울러 검증이 어려운 신생 업체에 대한 대출도 본부에서 직접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 대기업 대출은 마이너스. 가계 대출 증가세는 둔화 대기업 대출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된다. 대기업들이 과거처럼 은행 돈을 빌려 쓰지도 않지만 SK글로벌 사태 이후 재벌에대한 여신 정책이 강화되면서 신용 공여 및 여신 한도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5월 말 잔액이 6조6천248억원으로 4월 말의 6조9천530억원보다 3천282억원이 줄었고 작년 12월 말보다는 597억원이 감소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증가 폭이 각각 4월의 2천247억원과 5천143억원에서 5월에는 516억원과 -2천626억원으로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다소 감소 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4월의 -3천925억원에 이어 5월에도 -2천2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 대출은 5월 중 금리 인하 여파로 다소 늘어났지만 정부의 발빠른 억제 정책과 연체율 상승을 우려한 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화로 증가 폭 둔화가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증가액이 4월의 6천501억원에서 5월에는 6천722억원으로 소폭 늘었고 우리은행은 4월 5천142억원에서 5월 4천49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할 때 국민은행은 대출 잔액이 74조3천96억원에서 5월 말에는 77조270억원으로 3.65%가 늘어났고 우리은행은 22조8천억원에서 24조5천억원으로7.45%, 하나은행은 24조804억원에서 24조2천억원으로 0.49%, 신한은행은 16조1천억원에서 16조4천억원으로 1.86% 증가에 각각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최윤정기자 rhd@yonhapnews merciel@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