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앗(妾)싸움엔 부처도 돌아선다'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속담이 있다. 처첩싸움은 부처도 못말리고,돌부처같은 부인도 첩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어쩌지 못한다는 얘기다. 아브라함의 처 사라가 첩 하갈과 그의 아들 이스마엘을 쫓아낸 것이 아랍과 이스라엘 민족간 오랜 갈등의 원인이라는 설이 있거니와, 인현왕후와 장희빈 최숙의의 시샘은 당쟁과 맞물려 기사환국과 갑술환국의 피를 불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이 8년동안의 백악관 생활을 상술한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에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을 고백했을 때 목을 비틀고 싶었으며 남편과 헤어지지 않기로 한 게 일생중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는 소식이다. 힐러리의 경우 당시 심정을 어떻게 기록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게 틀림없다. 모든 사람이 가장 궁금해할 대목인 만큼 어물쩡 넘길 순 없고 그렇다고 사실 그대로 적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내년 선거는 몰라도 2008년 대선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음에랴. 여성,특히 이름난 여성의 처신은 어렵다. 한 중견탤런트는 지난 봄 남편과 대놓고 공방전을 벌이는 후배 연예인에게 "너는 공인이다.이럴 땐 '내가 애아빠 방황의 원인을 제공했다.다 내 잘못이다'하는 거다.누구는 밥그릇 수가 많아서인지 우리 애아빠 나쁜 사람 아니에요 하잖니"라며 스타로서의 처세술을 일러주는 글을 썼을 정도다. 힐러리 또한 "남편을 다시 사랑하게 됐으며 그가 도덕적으론 잘못했지만 국민을 배신하지는 않았다"고 옹호한 모양이다. 남편의 행실이 어땠건 아내에겐 인내와 너그러움을 요구하는 대중의 마음을 읽었다고나 할까. 여론조사 결과 대선 출마에 대한 찬반은 각 43%로 갈리고,그가 대통령 자질을 갖췄다고 답한 50%중 34%는 그래도 지지하지는 않겠다고 응답했다는 보도다. 고백이란 동정심을 일으켜 호의적 반응을 확산시킬 수 있지만 거꾸로 별수 없는 인간이라는 식으로 폄하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한다. 힐러리의 솔직한 고백이 그의 정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