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얏트호텔의 최대주주는 골드만삭스다. 온라인 증권정보제공업체인 팍스넷의 주주이기도 하다. 여의도 대우증권빌딩도,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 논노빌딩도 골드만삭스를 주인으로 맞았다. 국민은행 삼성SDI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골드만삭스와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었거나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렇듯 한국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이다. 주식 거래를 중개하기도 하고 직접 투자도 한다. 부동산을 사들이고 기업 인수합병(M&A)의 거간 노릇도 한다. 목적은 단 한가지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투자대상은 부동산 주식 등 가리지 않는다. 이익을 좇는데 그만큼 철저하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굵직한 거래를 독식하고 있다느데 있다.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 팔거나,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자동차 지분을 인수하는 등 한국 재계의 판도를 바꿔 놓은 거래마다 골드만삭스가 관계됐다. 한미은행 지분 40.5%를 칼라일그룹이 주축이된 콜세일펀드가 인수할 때도 골드만삭스가 중개했다. 하나로통신 삼성SDI 등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한 창구도 골드만삭스였다. 정부가 4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때는 자문 역할까지 했다. 골드만삭스의 이같은 역할은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1백년 이상 축적한 풍부한 업무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골드만삭스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은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각국의 네트워크에서 입수된 정보를 통해 최적의 거래대상을 찾아 연결해 준다. 이찬근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대표는 "골드만삭스의 경쟁력은 팀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가지 사안이 발생하면 모든 팀이 힘을 모아 최선의 결과를 얻도록 노력한다고 그는 말한다. 평소에는 전문ㆍ세분화한 팀으로 나뉘어 있지만 어느순간 엄청난 응집력과 순발력을 보인다는 것. 이같은 잠재력은 IMF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팽창한 한국 기업금융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골드만삭스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철저하게 이익을 좇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부를 유출하는 창구인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리만치 치밀하고 냉혹한 전략을 구사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진로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진로측은 부도 한파에 몰렸을 때 골드만삭스가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법정관리를 염두에 두고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보다는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렇게 번 돈은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부 유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가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부실채권 매각 공개입찰에 응찰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도 인원이나 자본금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각지에서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전체 펀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다고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말한다. 대형 M&A와 관련된 중개업무 한 건에 2백억-3백억원의 수수료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