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처리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SK그룹이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측은 법정관리 신청을 통한 회사청산 절차 추진 방침까지 밝혔다고 한다.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는 SK그룹의 출자전환규모를 확대시키려는 '압력'이란 인상이 짙긴 하지만 그럴 경우 나라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란 점에서 결코 현실화돼선 안된다고 본다. SK글로벌을 청산할 경우 채권단은 최태원 회장이 담보로 맡긴 주식을 처분케 돼 재계3위 SK그룹도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된다. 이 경우 나라경제에 미칠 충격은 상상조차 힘들다. 많은 SK 계열사들이 경영상의 위기를 맞을 것은 물론 국가신용도가 추락해 다른 기업들도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돼 큰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카드채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시장도 뇌사상태로 접어들 것이다. 채권금융기관들 역시 채권액의 20∼30% 정도 밖에 회수할 수 없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SK글로벌 문제는 최 회장 개인의 오너십 문제가 아니라 나라경제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채권단이나 SK그룹도 회사를 정상화하는 쪽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데는 견해가 일치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문제가 얽혀 출자전환 규모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SK글로벌은 자본잠식을 벗어나려면 4조4천억∼4조5천억원 가량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채권단은 이를 위해 SK㈜가 갖고 있는 국내매출채권중 1조원을 출자전환하고 해외매출채권 6천억원은 부채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SK㈜는 매출채권중 9천억원 이상은 출자전환키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SK㈜는 출자전환 규모를 더 확대하면 동반부실화 우려가 있기 때문에 향후 5년간 SK글로벌과의 거래를 대폭 늘림으로써 연간영업이익 4천억원 이상을 보장해 은행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출자전환을 확대할 경우 최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경영진은 배임죄 소송을 감당해야 하며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까지 불거질 상황이고 보면 설득력이 없는 얘기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SK글로벌 채권단이 SK㈜에 대금지급을 중단하고 SK㈜는 이에 맞서 석유제품공급을 중단하는 등 감정적 대립양상까지 보이는 양측이 원만한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청산할 경우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내 파국은 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SK글로벌 청산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