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부동산안정대책'이 발표됐다. 집값과의 전쟁이라고 할만하다. 그동안 약효 없는 단발성 대책만 찔끔찔끔 내놓더니 이번엔 상당히 포괄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긴 집값이 너무 올랐다. 특히 서울의 강남과 충청도지역은 작년에 이어 50% 이상 올랐다. 일평생 애써 번 돈보다 살고 있는 집값이 한해에 더 뛰었다면 이건 미친 세상이다. 이제 멈출만도 한데 여전히 재건축아파트 주상복합 상가 등으로 투기대상이 무차별적으로 번지고,모델하우스 앞에는 수만명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지난번 도곡동 재건축아파트 분양 때에는 경쟁률이 5천대1이었으니,이건 청약경쟁이 아니라 '로또' 뽑기다. 부동산 투기심리 차단에 초점을 맞춘 듯한 이번 조치 중 돋보이는 것은 재건축아파트의 선시공 후분양제도의 도입이다. 그동안 선분양제도라서 공사기간 중 전매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가 판을 쳐 왔기 때문에 전매할 수 있는 기간을 줄여서 실수요자들을 상대로 하려는 제도다. 그러나 이는 조합원이나 시공회사에 금융부담을 주고,일반분양아파트와의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다음으로 투기지역의 경우 조합아파트나 주상복합의 분양권전매를 제한한다고 한다. 투기가 거의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인 점을 감안하면 원천적으로 이들 가수요를 불법화함으로써 제거하자는 것이다. 주상복합 분양도 일반아파트와 같이 청약통장에 의한 동시분양으로 바뀌었다. 또 세무기관을 통해 떴다방 투기혐의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세무관리를 강화한다고 한다. 정부정책은 맥이 있어야 하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도 필요하다. 어차피 불이 꺼지면 살려야 하고,불이 번지면 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책에 아쉬움이 남는다. 가령 재건축 용적률의 전면적 재조정과 안전진단 강화,분양가의 잠정적 규제,불법거래나 전매차익에 대한 철저 조사와 징세 등과 같은 단호한 방안이 포함되기를 바랐다. 지금까지 수차에 걸쳐 발표한 대책들을 모두 합치면 부동산 관련 단골 메뉴는 거의 망라한 듯하다. 따라서 설사 잠복기를 거친다 해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시중에 흘러다니는 돈은 여전히 4백조원에 이르고,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며,부동산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집값 파동은 수요와 공급간의 괴리로 인한 시장실패 탓이 아니다. 작년 한해에 사상 최대로 70만호도 넘는 주택이 신축됐다. 특히 강남의 다세대·다가구 물량은 이미 공급 과잉상태다. 강남에 넘치는 가수요는 모두 투기세력이다. 좋건 나쁘건 상당한 차익에 대한 기대가 있고,정부 대책에는 항상 빈틈이 있었던 것이다. 백화점식,투망식 대책은 있어도 단호한 조치는 없었다. 언제든 불길이 되살아날 여지가 있고 그때마다 뒷북 대책을 내놓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 강공으로 투기심리를 차단하는 것과 동시에 다음과 같은 대책들이 보완되어야 한다. 첫째,재개발 재건축은 도시 리모델링 차원에서 종합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너도나도'식으로 나서고 즉흥적으로 결정되면 아파트값이 춤출 수밖에 없다. 이제는 강남,10년 후면 분당 일산으로 재건축 바람이 불어갈 것인가. 둘째,개발이익 환수제를 확립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개발지역이 발표되면 1년 전 가격으로 가격이 동결된다. 우리는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나면 투기꾼들이 서너차례 휩쓸고 간 뒤에야 개발이 된다. 행정신수도,수도권 신도시 건설지역의 예를 보라.헨리 조지는 부동산의 불로소득은 경제의 독이며 1백%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셋째,공공주택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시장실패로 나타나는 저소득층의 시장은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은 시장의 30% 정도를 공공주택으로 보유하고 싼 값으로 임대해 준다. 이것이 시장의 안전판 노릇을 한다. 우리는 2%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기세력에 쉽게 흔들린다. 강남 집값 잡느라고 내놓은 정책이 가뜩이나 처진 지방의 주택시장을 얼어 붙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cerikgyl@hanmail.net